미발표 신작 553

낭인

낭인/방우달(처세시인) 반드시 어마어마한 사연이 있을 것이다 공지천변 솔숲 아래에서 밤이 새도록 술을 몇 병 들이키고 담배 몇 갑 빨아들이며 솔숲 사이 밤하늘 쳐다본 까닭이 함께 앉아 얘기들을 들춰내면 지금도 죽지 못하고 사는 까닭이 술병 담배 꽁초 버렸다고 욕하지 말라 아침 일찍 기초수급자 노인들이 투덜거리며 꽁초와 술병들 치우는 모습을 본다.

미발표 신작 2022.10.02

일흔 하나에서 일흔을 빼고

일흔 하나에서 일흔을 빼고/방우달(처세시인) 나이 일흔 하나에서 일흔을 빼기로 했다 나는 이제부터 한 살 먹은 아기다 상상과 창의엔 새로운 날개가 달렸다 보고 듣는 것이 달라졌다 삶이 가벼워지고 생각이 날아다닌다 남은 나이에서 십 단위는 전부 지우기로 한다 해맑은 아기 웃음이 내 삶이다 동화 같은 세상에서 다른 세상으로 건너가는 연습이 즐겁다

미발표 신작 2022.09.22

시집 활자는 왜 작은가?

시집 활자는 왜 작은가?/방우달(처세시인) 뚝 떨어져서 봐도 읽을 수 있게 언제 시집의 활자가 제대로 커질까? 지하철 옆 사람이 읽지 못하게 혼자만 조용히 읽으려는 선한 욕심 탓인가? 요즘 첨단 문명시대에 시집 읽는 것이 창피해서 그럴까? 쪽수를 줄여서 책값을 싸게 하려고 옛날부터 일부러 그랬을까? 활자가 작으니까 시집이 시집 같은 느낌은 언제 사라질까?

미발표 신작 2022.09.19

극히 정상

극히 정상/방우달(처세시인) 요즘 내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 "방금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안나." 인데 어느 가을 토요일 오후 2시 남자 중학생 둘이 나를 앞질러 걸으면서 "오전에 뭘 했는지, 기억이 안나." "나도 그래." 둘이서 맞장구 친다 울어야 될 지 웃어야 될 지 모르겠는데 중학생들의 대화를 듣고 보니 일흔 넘은 나의 두뇌는 극히 정상이구나 그날 하루 산책길은 겨우 안심이 된다.

미발표 신작 2022.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