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발표 신작 553

나의 그물엔 詩 한 편 걸리면

나의 그물엔 詩 한 편 걸리면/방우달(처세시인) 새벽 다섯시 애막골 구름 다리 위엔 거미 할배가 길목 좋은 곳에 그물을 던져놓고 기다린다. 몸은 은폐하지 않고 100% 노출이다. 그는 알고 있다, 새들은 아직 잠 자는 시간임을. 그보다 먼저 일어난 매미는 구름 다리가 흔들리는 힘찬 합창이다. 작은 날벌레들이 이 연주회에 벌떼처럼 몰려들었으면 멋진 공연이 될 텐데 그는 생각한다. 게으른 날벌레들이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 눈 먼 한두 마리 걸리면 그는 감사히 그물을 걷을 생각이다. 구름 다리는 계속 흔들리고 가까이 교회 십자가는 붉은 불빛이 흐려진다. 나의 허접한 그물엔 詩 한 편 걸리면 휘청거린다. 너무 깊고 무거운 만선이다.

미발표 신작 2023.08.18

공공연한 비밀

공공연한 비밀/방우달(처세시인)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부부 사이엔 때로는 매춘남 매춘부처럼 살기도 한답니다. 젊었을 때는 본능을 감추지 않고 표현한다지요. 왜냐하면 인간도 일반 동물의 본성을 많이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늙으면 대부분 성적 본능이 먼저 죽기 때문입니다. 얌전한 척, 점잖은 척, 고상한 척, 성인군자인 척 하지만 사실은 많은 이들이 매춘부 매춘남처럼 부부 생활을 즐기고 있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미발표 신작 2023.03.18

인생 그루터기

인생 그루터기/방우달(처세시인) '야탑 수행길' 산책하다 만난 한 그루터기 자세히 보니 잘린지 얼마되지 않았다 대충 봐도 그루터기 나이테 아직 한참 젊다 잘린 것은 분명 '쓸모 있음'이리라 잘려나가서 다른 좋은 '쓸모 있음'으로 살아가든지 잘림 자체로 안타까운 '쓸모 있음'일 수도 있으리라 일생 그루터기 남기는 일 없이 숙명적으로 이 생명 끝까지 산을 지키는 못생긴 나무로 천수를 누릴 수도 있으리라 태어나서 결국, 다행히 '쓸모 없음'은 없으니 우리 모두 큰 축복 아닐 수 있으랴.

미발표 신작 2023.03.17

가치있는 삶

가치있는 삶/방우달(처세시인) 대한민국은 살기 좋은 나라다 춘천은 더욱 그렇다 아침 산책길이다 축제극장 '몸짓'까지 왕복 걷다 눈길이라 미끄럽지만 마음은 따뜻하다 '가치있는 삶, 예술이다'라고 축제극장 '몸짓'의 진실한 몸짓이다 눈길에 꼿꼿이 서서 한참 바라보다 효자1동 행정복지센터 2층 노래교실에서는 오전 10시부터 경쾌한 노래가 울려퍼진다 신난다, 한가롭다, 평화롭다 행정복지센터 민원실 출입문 옆에는 어느 시낭송회 예쁜 사화집이 무료로 손짓하며 '소유하라' 부른다 살기 좋은 도시 춘천에서 봄내 같은 노후 청춘을 오래 누리고 싶다.

미발표 신작 2023.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