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산책 ** 봄날 산책 **/방우달(처세시인) 5월 초 주말 홀로 소양강변 산책하다. 여행객들은 음식점마다 카페마다 마냥 즐겁다. 강변 땅부자들은 농사 짓느라 정신없이 바쁘다. 나보다 몇 배 많은 돈을 기름진 땅에 묻어두고 농부들은 개미처럼 일하고 나는 베짱이처럼 산책을 즐긴다. 여행객 농부 산책자 어느 누구도 옳고 그르고 좋고 나쁘지 않으리. 미발표 신작 2022.05.08
엄마와 시 ** 엄마와 시 **/방우달(처세시인) 아이가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가 뭐지?" 엄마가 답했다. "엄마가 엄마지 뭐!" 엄마가 아이에게 물었다. "시(詩)가 뭐지?" 아이가 답했다. "시가 시지 뭐!" 잘 알면서 잘 설명되지 않는 말이 좋더라. 미발표 신작 2022.05.08
연못 ** 연못 **/방우달(처세시인) 하늘이 먼저 내려앉고 해가 따라서 내려앉고 달이 따라서 내려앉고 별이 따라서 내려 앉고 구름도 따라와서 그들을 덮었다 열었다 나무가 먼저 내려앉고 새들도 따라서 내려앉는다 위를 쳐다보던 내 눈이 따라서 아래로 내려다본다 작은 연못 하나가 내가 보던 세상을 바꿔 놓았다. 미발표 신작 2022.04.16
오미크론 꽃이 피고 지고 ** 오미크론 꽃이 피고 지고 **/방우달(처세시인) 왜 하필이면 벚꽃이 한창일 때 내게는 오미크론 꽃이 피었을까 꽃구경 시절 하루가 아까운데 벚꽃이 필 때 함께 흐드러지게 피어서 벚꽃이 질 때 함께 꽃비처럼 떨어져라 화사한 봄날 많은 꽃들 속에서 아름다운 오미크론 꽃이 피고 지고 내 일흔 하나 봄날은 화창하게 끝이 났다. 미발표 신작 2022.04.14
목련꽃과 벚꽃 ** 목련꽃과 벚꽃 **/방우달(처세시인) 목련꽃은 목련꽃 대로 예쁘고 벚꽃은 벚꽃 대로 예쁜데 목련꽃과 벚꽃은 동행꽃으로서 서로 질투하거나 싸우지 않는데 목련꽃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벚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싸우기도 하네 꽃이 지고나면 싸울 일도 없는데 함께 피어 있을 때가 꽃시절인데 사람들아 사람들아 우리 둘다 하나로 사랑해 주면 좋겠는데 화사한 봄날 피어 있는 것도 지는 것도 우리 인생 기쁨도 설움도 하나인데. 미발표 신작 2022.04.12
가을에 외로운 까닭 ** 가을에 외로운 까닭 **/방우달(처세시인) 내가 좋아하고 기대가 컸던 사람은 지금 내 곁에 한 사람도 없다. 하마터면 가족까지도 그럴 뻔 했다. 미발표 신작 2022.04.10
천벌 ** 천벌 **/방우달(처세시인) 그는 타고난 죄 밖에 없다. 집안 좋지 얼굴 잘 났지 몸매 날씬하지 재능 뛰어나지 좋은 자리 차지했지 이럴 때 사람들은 그 사람을 욕하지 않는다. 부러워하면서도 돌아서서 천벌 받을 각오로 신(神)에게 욕한다. 왜 한 사람에게 몰아줬느냐. 미발표 신작 2022.04.10
아내의 가슴은 내 시집이 된다 ** 아내의 가슴은 내 시집이 된다 **/방우달(처세시인) 잠자리에서 아내의 가슴에 손바닥을 올리면 아내는 벌거벗은 내 시집이 된다 표지가 열리고 시인의 말이 나오고 목차가 펼쳐진다 땀에 젖은 시 한 편 한 편이 넘겨진다 기쁘고 슬프고 아프고 어렵고 쉽고 가볍고 무겁다 계속해서 넘기면 뒷표지가 나오고 아내의 가슴은 끝에 가서 투명해진다 높고 넓은 하얀 하늘에 손바닥 하나 떠 있다 시집에서 빠져나온 영혼 하나 그 손바닥을 타고 날다 넓고 깊고 푸른 바다에서 노를 젓는 풍경으로 바뀐다 잠이 깨면 내 손바닥은 젖은 채 비몽사몽이다. 미발표 신작 2022.04.04
교학 교실 ** 교학 교실 **/방우달(처세시인) 누군가는 가르치고 누군가는 배운다 이 세상에 대하여 스스로 터득하는 이들도 있다 배운 것만 알면 진전이 없다 하나 가르치면 서너 개 아는 이는 스승을 넘어서기도 한다 배우고 스스로 터득하면 더 빠르다 스스로 터득하면 넓고 깊은 곳 새로운 세계에 불시착하기도 한다 때로는 독학이 큰 별을 딴다. 미발표 신작 2022.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