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내의 가슴은 내 시집이 된다 **/방우달(처세시인)
잠자리에서 아내의 가슴에 손바닥을 올리면
아내는 벌거벗은 내 시집이 된다
표지가 열리고 시인의 말이 나오고 목차가 펼쳐진다
땀에 젖은 시 한 편 한 편이 넘겨진다
기쁘고 슬프고 아프고
어렵고 쉽고 가볍고 무겁다
계속해서 넘기면 뒷표지가 나오고
아내의 가슴은 끝에 가서 투명해진다
높고 넓은 하얀 하늘에 손바닥 하나 떠 있다
시집에서 빠져나온 영혼 하나 그 손바닥을 타고 날다
넓고 깊고 푸른 바다에서 노를 젓는 풍경으로 바뀐다
잠이 깨면 내 손바닥은 젖은 채 비몽사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