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발표 신작

아내의 가슴은 내 시집이 된다

野塔 방우달 시인 2022. 4. 4. 05:11

** 아내의 가슴은 내 시집이 된다 **/방우달(처세시인)

 

잠자리에서 아내의 가슴에 손바닥을 올리면

아내는 벌거벗은 내 시집이 된다

표지가 열리고 시인의 말이 나오고 목차가 펼쳐진다

땀에 젖은 시 한 편 한 편이 넘겨진다

기쁘고 슬프고 아프고

어렵고 쉽고 가볍고 무겁다

계속해서 넘기면 뒷표지가 나오고

아내의 가슴은 끝에 가서 투명해진다

높고 넓은 하얀 하늘에 손바닥 하나 떠 있다

시집에서 빠져나온 영혼 하나 그 손바닥을 타고 날다

넓고 깊고 푸른 바다에서 노를 젓는 풍경으로 바뀐다

잠이 깨면 내 손바닥은 젖은 채 비몽사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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