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 산책자 호반 산책자 방우달(시인) 호반 산책자 숲속을 걷는다, 아직 새가 되지 못한 나는 내가 춘천으로 온 것은 새가 숲으로 날아든 것이다 서울을 버린 것이 아니다 잠시라도 머문 곳은 완전히 버릴 수 없다 호반을 걷는다, 오늘도 물고기 되지 못한 나는 내가 춘천으로 거슬러 온 것은 물고기.. 미발표 신작 2016.03.31
스스로 스스로 방우달(시인) 냇가에 앉다 스스로 보듬을 줄 알게 하소서 구름을 보다 스스로 흐를 줄 알게 하소서 산에 오르다 스스로 일어설 줄 알게 하소서 호수에 들다 스스로 고요에 들 줄 알게 하소서 새를 만나다 스스로 날 줄 알게 하소서 바닷가에 눕다 스스로 누울 줄 알게 하소서 하늘.. 미발표 신작 2016.02.21
은퇴 준비 은퇴 준비 방우달(시인) 나는 40대에 몇 년간 책을 사 모았다 읽고 싶은 책을 선정하여 매달 십만원 가량 넉넉지 못한 살림이었지만 그것이 나의 은퇴 준비였다 생활인 시절 바빠서 읽지 못한 책들을 노후에 읽기 위해서 죽음이 가까워지면 한 권씩 한 권씩 버리는 시간을 늘리기 위하여 미발표 신작 2015.11.29
한가한 듯 분주한 한가한 듯 분주한 방우달(시인) 늦가을 노부부 마당에서 연탄불에 오징어를 굽고 있다 분리된 몸통과 다리는 서로 오그라든다 생오징어에서 마른 오징어로 다시 잘 구워진 오징어로 익어간다 마당가 감나무 단풍잎 몇몇 가늘은 가지 끝에서 낙엽의 몸짓을 연습 중이다 노부부는 틀니 같.. 미발표 신작 2015.11.16
덕수궁 돌담길 덕수궁 돌담길 방우달(시인) 50대 말의 한 남자 20대 말의 한 여자와 남대문 시장에서 소주 한 잔 마시고 손을 꼬옥 잡고 덕수궁 돌담길을 지나 경향신문사 지나 독립문 근처까지 걸어서 그 여자를 바래다 주고 택시를 타고 천호동 자택으로 돌아 왔다 그는 돌담길을 걸으며 "애인 느낌? 아.. 미발표 신작 2015.11.16
지상에서도 그렇게 살 걸 지상에서도 그렇게 살 걸 방우달(시인) 망설이지 않고 관棺에 들다 영원히 쉬고 잘 곳이다 따뜻하고 편안함이 으뜸 조건이다 누워서 앞뒤 좌우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꿈틀거려 본다 처음엔 삐걱거리더니 괜찮아졌다 안정이 제자리 잡은 것이다 이제 됐다 이렇게 누울 자격이 있는가 이곳.. 미발표 신작 2015.11.12
비애悲哀 비애悲哀 방우달(시인) 늦가을 비 내린다 바람도 섞어서 흔들며 내린다 비애悲哀 젖은 단풍이 몸을 흔들며 내린다 가을은 떠나고 싶은 마음도 떠나보내고 싶은 마음도 비가 된다 내리는 마음 스스로 마음 먹기는 힘들다 한 방울 한 잎 내리는데 우주의 힘이 동원된다 늦가을 비 내린다 센.. 미발표 신작 2015.11.09
춘천의 겨울 춘천의 겨울 방우달(시인) 막걸리 한 사발 묵은 김치 오겹살 찌게 한 숟갈로 호호 손가락 불며 겨울을 버틴다 그 겨울은 춥고 길다, 강원도니까 분지니까 호수가 세 개나 있으니까 당연하다 추위는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내면 견딜만 하지만 월동난방비가 더 심신을 옥죈다 그럴 때마다 .. 미발표 신작 2015.11.06
청복淸福 청복淸福 방우달(시인) 가을 하늘 흰구름처럼 맑고 한가로운 마음으로 호반을 걷는다 넘침과 모자람 없이 술酒에 취하고 시詩를 즐기니 노년의 청복淸福이리 미발표 신작 2015.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