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발표 신작

한가한 듯 분주한

野塔 방우달 시인 2015. 11. 16. 01:48

한가한 듯 분주한

 

방우달(시인)

 

 

늦가을 노부부

마당에서 연탄불에 오징어를 굽고 있다

분리된 몸통과 다리는 서로 오그라든다

생오징어에서 마른 오징어로

다시 잘 구워진 오징어로 익어간다

마당가 감나무 단풍잎 몇몇

가늘은 가지 끝에서 낙엽의 몸짓을 연습 중이다

노부부는 틀니 같은 추억

질긴 오징어 다리를 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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