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작품 712

달빛 밟기

달빛 밟기/방우달(처세시인) * 방우달 시집 중에서 나직히 무슨 소리 들린다 허드레 물품 꽉 채운 베란다 창고를 비워 만든 내 거창한 집필실엔 창백한 달빛이 소리없이 쌓이고 쌓이는 고요히 깊은 밤인데 부풀어오르는 겨울의 끝에 서서 시린 발끝에 신열을 모두어 파란 보리를 밟듯이 달빛을 파랗게 다지라는 소리로 들려 터무니없이 높이 솟은 고소공포증과 부풀어오른 고독을 깊은 밤 달빛 밟기로 다진다

앙코르 작품 2021.03.08

한 계절도 4계절로 나누어 알차게 살기

한 계절도 4계절로 나누어 알차게 살기 돌이켜 보면 내 인생에 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분명 봄은 있었다, 다만 내 청춘에는 봄이 없었다 어둠침침한 것을 봄이라고 할 수는 없다 노년의 봄은 봄이라고 해도 물기 없는 가을의 단풍 같은 것이다 아름답기는 해도 어찌 청춘의 봄에 비유하랴 힘들고 슬프고 아픈 터널 같은 청춘이라도 절망 너머 희망을 볼 수 있고 봄을 맞이할 성숙된 마음이 있었더라면 지금의 후회는 없었을 것이다 돌이켜 보기는 할지라도 인생은 결코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다 봄을 잘못 맞이하면 가을이 빈곤하다 언제 어떤 상황이라도 지나가기 전에 봄을 느끼며 꽃 피우는 마음 가꾸어야 하리. - 방우달의 《도시자연인》 중에서 - 4계절이 있는 곳에서는 1년에 한 번씩 봄이 옵니다. 4계절을 인생에 비유하면 ..

앙코르 작품 2021.03.08

봄의 의미

봄의 의미/방우달(처세시인) *방우달 단상집 중에서 돌이켜 보면 내 인생에 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분명 봄은 있었다, 다만 내 청춘에는 봄이 없었다 어둠침침한 것을 봄이라고 할 수는 없다 노년의 봄은 봄이라고 해도 물기 없는 가을의 단풍 같은 것이다 아름답기는 해도 어찌 청춘의 봄에 비유하랴 힘들고 슬프고 아픈 터널 같은 청춘이라도 절망 너머 희망을 볼 수 있고 봄을 맞이할 성숙된 마음이 있었더라면 지금의 후회는 없었을 것이다 돌이켜 보기는 할지라도 인생은 결코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다 봄을 잘못 맞이하면 가을이 빈곤하다 언제 어떤 상황이라도 지나가기 전에 봄을 느끼며 꽃 피우는 마음 가꾸어야 하리.

앙코르 작품 2021.03.08

귀인(貴人)

귀인(貴人)/방우달(처세시인) * 방우달 시집 중에서 여느 사람의 사주팔자에나 어느 땐가는 貴人 만나 큰 도움을 받을 운세 나오는 법. 내 貴人은 바람처럼 지나쳤는지 구름처럼 흘러갔는지 만나서 지금 도움을 받고 있는지 아직은 잘 느끼지 못하지만 이름도 얼굴도 드러나지 않는 행인일 수도 있으리. 세상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 貴人으로 사귀고 모시면, 눈.코.귀.입.살갗에 닿는 모든 것들 감사하는 마음으로 맞이하면 모두가 貴人 아니겠는가.

앙코르 작품 2021.03.06

유사인간

유사인간/방우달(처세시인) * 방우달의 중에서 나는 이 세상에서 유통이 잘 되지 않을 뿐더러 세상을 잘 굴리지도 못하는 족속이다 더구나 유효기간이 얼마인지도 모르는 체 부끄럽게도 잘난 인간이라는 유사상표를 가슴에 버젓이 붙이고 이 세상에 끼어 있다 많고 많은 상품 중에는 잘 팔리는 상품과 잘 팔리지 않는 상품만이 있다고 이 세상 사람들이 말할 때 나는 가장 슬프다 잘 팔리지 않는 상품 중에도 좋은 상품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때 좀 위안이 되지만 사람들은 좋은 상품과 나쁜 상품이 있다고는 잘 말하지 않는다

앙코르 작품 2021.03.02

네 영혼을 감동시켜라

네 영혼을 감동시켜라 네 영혼을 감동시켜라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행복도 성공도 없다 - 방우달의 《쬐끔만 더 우아하게》 중에서 - 이 세상에서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을 감동시키는 일입니다. 자신이 감동하지 못 할 때 어떤 일이든 다른 사람도 절대 감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즉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을 감동시킨 사람만이 가능합니다. 자신이 감동받을 때 그 일은 한없이 즐겁고 다른 사람도 행복합니다. 그것이 바로 자신의 행복이고 사회적 성공입니다. 재산, 지위, 명예는 성공과 행복의 일부이지만 감동된 영혼은 그것의 전부입니다.

앙코르 작품 2021.03.01

빈 잔의 내 가슴에

빈 잔의 내 가슴에/방우달(처세시인) * 방우달 시집 중에서 빈 잔 두고 그대는 먼 길 떠나고 빈 잔 앞에 나는 홀로 앉아 그대 그리움 가득 부어 단숨에 마신다네 마신 만큼 취기는 그대 생각에 젖고 비운 만큼 빈 잔은 넓어지고 깊어져 또다시 그 빈 잔을 채우면 먼 길 떠날 때 그 모습으로 허허 웃으며 다가오는 그대 앞에 허트러진 옷매무새 고쳐 앉은 내 가슴의 빈 잔엔 다시 채울 수 없는 그 빈 잔엔 그대 그리움 둥 떠 있네

앙코르 작품 2021.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