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작품 712

오월의 아카시아

오월의 아카시아/방우달(처세시인) ㅡ 방우달의 중에서 내 청춘 오월의 아카시아 숲속을 거닐며 내 한 잎 그대를 그토록 추억하는 것은 봄바람에 떨어진 많은 꽃들을 아주 잊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내 젊음의 숲을 흠뻑 향기롭게 했던 그대 하얀 마음 잠시 내 가슴에 앉았기 때문입니다 이 시각 이 아카시아 숲속을 함께 거닐지 못함은 결코 그대 잘못이 아닙니다 먼 훗날 또다시 이 아카시아 숲속을 걸을 때 내가 한 잎 그대를 조금도 추억하지 못한다고 해도 그건 그대의 책임이 결코 아닙니다 내가 그대를 아주 추억하지 못하는 것은 내가 아마 나를 까맣게 잊어버렸기 때문일 것입니다 * 옛날 우리가 '아카시아'로 알던 나무가 학명이 '아까시'라고 합니다. 그러나 '아카시아'라고 해야 감정과 느낌이 제대로 일어납니다.

앙코르 작품 2021.05.09

이 놈들아, 너희들은 어른이 되어도 철들지 마라

** 이 놈들아, 너희들은 어른이 되어도 철들지 마라 **/방우달(처세시인) ㅡ 어버이 날에, 가정의 달에 부치는 시 ㅡ 방우달의 중에서 (*한 때는 이 작품을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실어야 한다고 야단이었습니다.) 이 놈들아, 너희들은 어른이 되어도 이 애비를 닮지 말라. 내 비록 맛있는 음식 못먹이고 좋은 옷 못입혔지만 너희들이 어른이 되어 맛있는 음식 먹을 때나 좋은 옷 입을 때는 네 애비가 그랬듯이 가난하고 불쌍하게 살다가신 애비, 어미 못잊어 눈물 흘리지 말라. 회갑이나 칠순잔치에 가면 목이 매어 음식이 넘어가지 않는 것은 나의 죄값이다. 어버이에 대한 죄값의 눈물은 나이가 들수록 많아진다는 것을 이 세상에 어버이 계시지 않을 때 알게 되다니! 이 놈들아, 너희들은 어른이 되거든 모질게 살아라. 애..

앙코르 작품 2021.05.08

제비꽃

제비꽃/방우달(처세시인) ㅡ방우달의 중에서 어떤 이는 눈곱만한 자줏빛 제비꽃 하나에 크나큰 우주와 그 꽃 이파리 미세한 떨림에서 영겁을 보기도 하나 나는 그 제비꽃 몸 붙이고 사는 이 지구별을 그 꽃 이파리 위에 올려놓고 별똥별 지는 찰나를 느낀다 이럴 진데 내 생의 근심 걱정으로 이 지구별을 비틀거리게 하여 뭣 하리 그러나 여전히 바람은 불고 제비꽃은 떨고 있다

앙코르 작품 2021.05.05

아내의 4계(季)

아내의 4계(季)/방우달(처세시인) ㅡ 방우달의 중에서 아내는 철따라 변색(變色)을 한다 봄에는 누이동생 같은 색깔의 역할을 한다 갓 결혼했을 때의 의상이다 연록의 사랑이다 여리다 잎마저 꽃잎 같은 느낌이 들 때이다 늘 꽃이 피어 있는 예쁜 시절이다 늘 사랑을 주고 싶은 계절이다 주기만 하고 받지 못해도 밉지 않은 계절이다 여름에는 친구 같은 색깔의 역할을 한다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뭣이든 받아주는 진록의 의상이다 마음이 서로 풍족하고 끈끈하고 덤덤하다 미래가 있고 변함이 없는 사랑이다 서로 주고 받는 계절이다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는다 스스럼없이 찾아가도 좋은 관계이다 가늘은 누나 같은 색깔의 역할을 한다 단풍이 예쁘게 들고 낙엽이 뭣인지 가르쳐주는 철학하는계절이다 의지하고 싶고 쓸쓸함을 달래주는 사랑이..

앙코르 작품 2021.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