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작품

이 놈들아, 너희들은 어른이 되어도 철들지 마라

野塔 방우달 시인 2021. 5. 8. 02:45

** 이 놈들아, 너희들은 어른이 되어도 철들지 마라 **/방우달(처세시인)

ㅡ 어버이 날에, 가정의 달에 부치는 시

ㅡ 방우달의 <<작은 숲 큰 행복>> 중에서

 

(*한 때는 이 작품을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실어야 한다고 야단이었습니다.)

 

이 놈들아,

너희들은 어른이 되어도 이 애비를 닮지 말라.

내 비록 맛있는 음식 못먹이고 좋은 옷 못입혔지만

너희들이 어른이 되어

맛있는 음식 먹을 때나 좋은 옷 입을 때는

네 애비가 그랬듯이

가난하고 불쌍하게 살다가신 애비, 어미 못잊어

눈물 흘리지 말라.

 

회갑이나 칠순잔치에 가면

목이 매어 음식이 넘어가지 않는 것은 나의 죄값이다.

어버이에 대한 죄값의 눈물은

나이가 들수록 많아진다는 것을

이 세상에 어버이 계시지 않을 때 알게 되다니!

 

이 놈들아,

너희들은 어른이 되거든 모질게 살아라.

애비, 어미 생각지 말고

마음 편하게 웃으며 살아라.

나이가 들수록 나는 왜 눈물이 많은지,

엄마 아부지 생각이 많은지,

새옷을 입을 때나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는

아내와 너희들의 눈치를 살펴가며 속으로 울게 되는지,

너희들은 아직 모른다.

이 놈들아,

너희들은 어른이 되거든 모질게 살아라.

다 잊어버리고 웃으며 살아라.

 

네 할배, 할매보다는 네 애비, 어미가

네 애비, 어미보다는

너희들이 더 잘 입고 더 잘 먹고 살지만

이 놈들아, 부모 마음이 어디 그렇더냐.

 

이 놈들아,

너희들은 어른이 되어도 철들지 말라.

철이란게 얼마나 가슴 아프고 눈물나는 건지

너희들은 모른다.

철이란게 얼마나 무서운 건지 모른다. 시도 때도 없이

쇠망치로 가슴을 내려치고 바늘로 마음을 찌른다.

철이란 그렇게 잔인하다.

한 때는 부모를 부끄럽게 생각하고

한 때는 부모를 저주한 적이 있어도 좋다.

하지만 철이란 얼마나 무서운지

빈 가지에 잎들이 돋고 꽃들이 피고

검푸른 녹음으로 떡칠을 하고

철이란 단풍들게 하고 낙엽지게 하고

빈 가지 벌 서게 한다는 것을,

어버이 가슴에 작은 못질이라도 하면

내 가슴에 얼마나 큰 못이 박히는지,

이 놈들아, 너희들은 아직 모른다.

 

철이란 잔인하고 무섭고 한 없이 슬프지만

철들려고 하는 사람들이 세상엔 많다. 그러나

어버이 살아계실 때 철들었다고 생각하지 말라.

철이 들어도

어버이가 이 세상에 계시지 않을 때 철이 든다.

이 놈들아, 너희들은 절대로 철들지 말라.

 

- 방우달의 《작은 숲 큰 행복》 중에서 -

 

부모의 마음은 한결 같습니다. 자식들을 아끼고 배려하고 사랑하고

그들에게 희생하며 무엇에나 성공하기를 언제라도 건강하기를

행복하기를 비는 그 마음은 저 세상에서도 자식들이 불효를 자책하며

고통스럽게 살까봐 제발 철들지 말라고 애원합니다.

사실 효자도 부모님을 모두 잃고 나면 불효를 가슴앓이 하며 삽니다.

효도도 끝이 없습니다. 살아 계실 때 잘 모시거나 자주 찾아뵙고

마음을 편하게 해드림이 첫째요, 양말 한 켤레 고등어 한 손이라도

손에 들고 둥지에 자주 들락거림이 둘째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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