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작품

아내의 4계(季)

野塔 방우달 시인 2021. 4. 30. 04:09

아내의 4계(季)/방우달(처세시인)

ㅡ 방우달의 <<작은 숲 큰 행복>> 중에서


아내는 철따라 변색(變色)을 한다

봄에는 누이동생 같은 색깔의 역할을 한다
갓 결혼했을 때의 의상이다
연록의 사랑이다
여리다
잎마저 꽃잎 같은 느낌이 들 때이다
늘 꽃이 피어 있는 예쁜 시절이다
늘 사랑을 주고 싶은 계절이다
주기만 하고 받지 못해도 밉지 않은 계절이다

여름에는 친구 같은 색깔의 역할을 한다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뭣이든 받아주는
진록의 의상이다
마음이 서로 풍족하고
끈끈하고 덤덤하다
미래가 있고 변함이 없는 사랑이다
서로 주고 받는 계절이다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는다
스스럼없이 찾아가도 좋은 관계이다

가늘은 누나 같은 색깔의 역할을 한다
단풍이 예쁘게 들고
낙엽이 뭣인지 가르쳐주는 철학하는계절이다
의지하고 싶고 쓸쓸함을 달래주는 사랑이다
윗자리에 앉아 이해를 해주는 계절이다

겨울은 어머니 같은 색깔의 역할을 한다
모진 세월에 할퀸 상처를 어루만져 주고
격려해 주고 차가운 얼굴을 묻어준다
끝없는 희생과 용서의 사랑이다
언제 어떠한 모습으로 찾아가도
반갑게 맞아주는 강한 모성의 계절이다

아내는 철따라 매력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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