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작품 712

겨울 오후

겨울 오후/방우달(처세시인) -방우달 시집 중에서 숲속을 떠나지 않는 산비둘기처럼 도심을 떠나지 않는 집비둘기 두 마리 둘 다 암컷일까, 수컷일까 또는 한 쌍일까 생각을 따지며 사람이 걷는 차가운 보도블록 위를 뜨겁게 걷고 있다 걷는 길 빈 틈에도 깊은 사랑 심고 정겹게 모이를 함께 쪼으며 활자를 등에 싣고 신문지 한 장 보도블록에 박혀 펄럭이는 겨울 오후.

앙코르 작품 2021.02.23

삶은 한 잔 술에 안겨 익살을 부리고

삶은 한 잔 술에 안겨 익살을 부리고 설날에 가만히 생각해 보았네. 지난 30여 년간 왜 그렇게 많이 마셨는가, 삶에 대한 불만이나 축배가 아니었다. 낭만도 아니었다. 술을 마시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했다. 숨 막힐 듯 막힐 듯 꽉 찬 삶을 비워서 빈병을 만드는 재미가 수월찮게 있었고 가엾게 여겨질 정도로 비워버린 잔을 채워주는 재미가 제법 솔솔 났기 때문. 그냥, 있으면 비우고 비워지면 채우는 것이 삶이어서 그 재미가 없었다면 어찌 여기까지 왔겠나.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비우고 채우고 채우고 비우고 하는 사이 내장이 허물어지 듯 삶은 허물허물 꿈은 술잔 속에서 맘껏 부풀어 올랐더라. 삶은 오늘도 한 잔 술에 안겨 익살부리네. - 처세시인 방우달의 《절》 중에서 - 술을 마시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술이 좋..

앙코르 작품 2021.02.23

설경, 녹지 않는

설경, 녹지 않는/방우달(처세시인) * 방우달 시집 중에서 1 개 짖는 소리 들리고 거짓말같이 펑펑 소리에 멍멍 짖어대는 겨울 매운 날이 풀리며 움막에 발 묶인 상거지떼 들판으로 쏟아져나온다 맨처음 인간이 뱉은 기침소리 떠도는 맨발 끝이 끝없이 시린 하늘가에서 발을 헛디딘 눈발들이 퍼부어대는 2 눈속에 눈이 내리고 산과 들판이 온통 내 눈 속에 쌓여 눈이 흐리다 눈거풀 내리면 귓속에서 폐가 무너지는 소리 쌓인다 무더기로 무너진 폐가의 등을 짓누른다 3 새떼들이 흰 들판 위에 흙 묻은 발자국 찍는다 (더 이상은 걷지 못하겠어, 이 질퍽한 길) 길 벗어난 새 한마리 길 위에 눈을 찍는다 부리가 몹시 차다 총알을 겨누던 초병의 눈알이 힘없이 눈속에 처박히고 얼어붙은 손가락이 풀어진다

앙코르 작품 2021.02.19

그대 눈 끝엔

그대 눈 끝엔/방우달(처세시인) * 방우달 시집 중에서 겨울 찬 기운이 즐비하게 깔린 거리를 검은 연기 뿜으며 분주하게 차량들이 질주하는 그대 눈 끝엔 죽은 듯 살아있는 가로수를 죽어서 참된 나무가 된 둥치 세 개 열애熱愛의 자세로 받치고 섰다 먼 산 바라보는 그대의 눈 끝엔 헐벗은 가지를 안고 젖을 먹이는 겨울 햇살이 잡힌다 보도불록 틈새 실눈 뜬 얼음, 아직 그대 녹지 않고 있다

앙코르 작품 2021.02.15

낚時법

낚時법/처세시인 방우달 * 방우달 시집 중에서 시간을 낚는 법은? 느리게 사는 것 느긋하게 기다리면서 천천히 건져 올려 갖은 양념 버무려 맛있게 즐기는 것 여행을 하는 것 날마다 새로운 것을 보고 느껴 마음에 차곡차곡 담아 두는 것 독서를 하는 것 천년의 세월을 압축시켜 칩에다 저장하는 것 산책을 하는 것 질러가지 않고 빙 둘러가며 단물이 나도록 시간을 잘근잘근 씹는 것 비우며 사는 것 마음을 비운 만큼 시간은 가득 채워지는 것

앙코르 작품 2021.02.14

삶은 한 잔 술에 안겨 익살을 부리고

삶은 한 잔 술에 안겨 익살을 부리고/방우달(처세시인) * 방우달 시집 중에서 설날에 가만히 생각해 보았네. 지난 30여 년간 왜 그렇게 많이 마셨는가, 삶에 대한 불만이나 축배가 아니었다. 낭만도 아니었다. 술을 마시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했다. 숨 막힐 듯 막힐 듯 꽉 찬 삶을 비워서 빈병을 만드는 재미가 수월찮게 있었고 가엾게 여겨질 정도로 비워버린 잔을 채워주는 재미가 제법 솔솔 났기 때문. 그냥, 있으면 비우고 비워지면 채우는 것이 삶이어서 그 재미가 없었다면 어찌 여기까지 왔겠나.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비우고 채우고 채우고 비우고 하는 사이 내장이 허물어지 듯 삶은 허물허물 꿈은 술잔 속에서 맘껏 부풀어 올랐더라. 삶은 오늘도 한 잔 술에 안겨 익살부리네.

앙코르 작품 2021.02.10

행복 사냥꾼 방우달 시인 서울시장 출마!

은퇴생활 日記 행복 사냥꾼 방우달 시인 서울시장 출마! 행복 사냥꾼 방우달 시인 서울시장 출마! | 은퇴생활 日記 野塔 방우달 시인 2014. 1. 24. 22:30 수정 | 삭제 | 비공개 http://blog.daum.net/wdbang/13758037 은퇴생활 춘천일기 2014.01.24.금 "행복 사냥꾼 방우달 시인 서울시장 출마!" 이런 내용이 각 언론매체 톱기사로 떴다고 상상해 본다. 당선도 되기 전에 모든 서울 시민이 행복해 할 것이다. 시인인 시장이 직접 양질의 행복을 사냥해 와서 전 시민에게 골고루 나눠줄 것으로 확신하기 때문이다. 행복사냥꾼/방우달(처세시인) * 방우달 단상집 중에서 행복사냥꾼은 지옥에서도 행복을 찾아 나섭니다 그리고 행복을 사냥해 옵니다 잡아온 행복을 자신과 가족과 이..

앙코르 작품 2021.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