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희낙락 77

밤 산책/방우달

밤 산책/방우달(처세시인) 북쪽 지방 춘천에도 초여름 날씨다. 낮 기온이 높고 자외선도 강하다. 오전엔 가까운 내과와 여성의학과에서 아내가 정기 건강 검진을 받다. 백수인 내가 비서처럼 아내를 수행했다. 혈액 폐 유방 자궁 등 여러가지 검사를 받았다. 위와 대장 내시경은 2년 전에 과한 마취로 심한 고통을 받고 올해는 하지 않았다. 더위와 강한 자외선을 피해서 밤 9시에 '야탑수행길' 산책을 나왔다. 공기질도 좋음 수준이고 시원해서 걷기에 딱 좋다. 생각이 떠오를 때는 메모도 하고 깊은 사색과 명상도 병행한다. 24시간 편의점 야외 테이블엔 알칼리성 이온 음료, 메모 노트, 볼펜, 안경, 보신용 스틱도 올려져 있다. 2,500원짜리 음료로 갈증을 달랜다. 책 3권을 팔아야 나오는 인지세다. 정신적 육체적..

여우비

여우비/방우달(처세시인) 강원대학교 캠퍼스 산책 중이다. 여우비가 제법 내린다. 연적지 앞 등나무 그늘에서 쨍쨍 하늘과 뭉게구름 즐기다. 그 옆에 르네상스 문고 창에는 허홍구 시인의 시 '채송화'가 몇 년째 피어 있다. 지금 연적지에는 수련이 한창이다. 여우비는 내리고 뭉게구름은 떠가고 연꽃은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짓는다. 이곳 떠날 줄 잊은 나그네는 여우비에도 마음이 젖는다. 요즘 일흔 후반의 부음이 쏟아진다. 백세 시대에도 지는 때는 알 수 없구나.

되면 좋고 안돼도 그만

되면 좋고 안돼도 그만/방우달(처세시인) 나도 헛꿈 꾸는 것을 꽤나 좋아한다. 주택복권시절부터 지금까지 거의 매주 복권을 샀다. 그러나 한꺼번에 많이 사지는 않는다. 요즘은 일주일에 로또, 연금복권 각 2,000원씩 산다. 헛꿈인 줄 알면서도 큰 꿈을 꾼다. 꿈이란 꾸는 동안 희망차고 즐겁다. 춘천에 '방우달 문학관'도 짓고 그곳에서 '교과서에 없는 처세학' 강의도 한다. 되면 좋고 안돼도 그만인 것은 복권기금 중 일정 금액은 사회복지에 투자되기 때문이다. 희망 없는 사람에게 일주일이 희망이기 때문이다. 이번 주에도 헛꿈이 실현되기를 바란다. +2장

세상 좋은 날

세상 좋은 날/방우달(처세시인) 마지막 봄날 같은 좋은 날씨, 5월 31일이다. 맑은 하늘, 질 좋은 공기, 솔숲에서 고요하고 한가로운 가을 인생의 봄날이다. 한 마디로 세상 좋은 날이다. 아, 오랜만에 큰 마음 먹고 아내와 경치 좋은 춘천 외곽도로 드라이브 즐기고 고급 민물장어집에서 배 불리고 춘천 최고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흐르는 소양강물에 시심(詩心)을 띄운다. 권력도 재물도 명예도 가져본 적이 없어 비울 것도 내려놀 것도 없으니 탐욕도 날개 부러진 지 오래다. 다만 젊음은 가져봤으나 이미 날아가 버렸고 암수 늙은 두 마리 새가 소양강가에 앉아 연하고 따뜻한 커피로 목을 축인다. 홀로 날아가는 새는 신선 같으나 눈물나게 눈물나게 외로워 보인다. 아직은 날 수 있고 함께 날 수 있어 오늘은 눈물나..

정답고 달콤한 말

정답고 달콤한 말/방우달(처세시인) 날마다 정다운 인사말을 보내오는 이가 있습니다. 날마다 달콤한 사랑말을 전해오는 이가 있습니다. 날마다 품앗이식으로 좋아요, 최고요 누르는 이가 있습니다. 그들은 글은 읽지 않고 말로 허세를 떨고 난장판을 만듭니다. 몇 년만에 최근 대부분 차단했습니다. 진정한 사랑말, 인사말은 책 한 권 사서 읽어주는 사람의 말없는 실천입니다. +8장

귀한 시인

귀한 시인/방우달(처세시인) 부처님 오신 날, 11: 30 귀한 시인을 만났다, 부처님처럼. 초면이다. 두 달 전 페친이 인연이다. 나보다 5살 연장자, 남양주시 마석에서 09:00 경춘선을 타고 춘천역에서 하차 택시를 타고 후평동 인공폭포 근처 그저께 내가 소개한 능계탕집에서 막걸리와 소주를 마시며 점심을 함께 했다. 인생 살 만큼 살고 할 일 다하고 늦게 일흔에 시인으로 돌아왔다. 벌써 11권의 시집을 출간 했다. 출간할 분량이 또 10권이 넘는다고 한다. 시인이 된다는 것이 쉽지 않다. 그렇다고 어려운 것도 아니다. 자신이 좋아서 하고 시에 개성이 있으면 된다. 독특하면 된다. 자기만이 쓸 수 있는 시면 된다. 시단의 눈치를 볼 필요도 이유도 없다. 나는 짧은 만남의 시간에 그를 적극 지지하고 응원..

능계탕을 아시나요?

능계탕을 아시나요?/방우달(처세시인) 아내가 외출 중이라서 오랜만에 홀로 능이오리백숙 집에서 삼계탕으로 점심을 먹었다. 당연히 소주 한 병도 마시다. 삼계탕이라고 메뉴에는 적혀 있지만 인삼은 없고 능이가 많이 들어 있다. 나는 능계탕이라고 부른다. 맹모삼천처럼 아들 교육을 위해 춘천에 왔다가 교육비 마련을 위해 식당을 열고 지금까지 눌러 앉아 버렸다. 그 아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몇년 더 공부해서 지난 3월부터 선생님이 되었다고 한다. 아들도 저녁엔 자주 와서 어머니를 도우며 친절하게 서빙을 잘 했다. 특히 긍정적으로 소통을 참 잘 했다. 외모도 큰 키에 얼굴도 잘 생겼다. 외모나 인성이 매우 좋아서 동료 교사나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으리라. 이것만이 자랑이 아니다. 영업주는 요조숙녀 같아서 장사할 여인 같..

봄꽃

봄꽃/방우달(처세시인) 매화 산수유 개나리 벚꽃 진달래 목련 너희들만 봄꽃 아니다. 라일락 철쭉 아카시아 우리들도 봄꽃이다. 사과꽃 배꽃 복사꽃 유실수 꽃도 많다. 꽃은 언제 피어도 꽃이다. 시기는 중요하지 않다. 피우느냐 못 피우느냐 그것이 문제다. 인생도 그렇다. 언제 피어도 꽃은 꽃이다. 가을에 피어도 이팔청춘 꽃이다. 나는 아직 이팔청춘이다.

운수납자(雲水衲子)처럼

운수납자(雲水衲子)처럼/방우달(처세시인) 어느새 봄이 반쯤 흘러갔다. 이미 질 꽃은 지고 새로 필 꽃은 피고 다음 필 꽃은 준비 중이다. 구름처럼 강물처럼 흐르는 것이 멈추면 이미 다른 세상으로 떠난 것이다. 나는 읽고 걷고 생각하고 쓴다. 내가 즐기는 '8기'는 흘러가는 것이다. 흐르는 것은 영원히 반복될 것이다. 소양강변에서 만나는 흐르는 구름과 강물이 내 친구다. 봄비 그치고 친구들과 희희낙락이다.

살짝 봄

살짝 봄/방우달(처세시인) 춘천에도 양지 바른 곳에는 이제사 봄 살짝 왔습니다. 매화 산수유 생강나무 개나리 진달래 목련이 한꺼번에 핍니다. 반나절이 다르게 꽃 모습이 바뀝니다. 순간에 모든 꽃을 받아들이니까 벅차서 눈물이 다 납니다. 봄날 환희의 눈물입니다. 짧은 봄날을 슬퍼하지 않겠습니다. 내년 봄꽃을 볼지 못 볼지 걱정하지 않겠습니다. 여기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며 경건한, 감사하는 마음으로 맞이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내 사랑 꽃님들이여, 미안해서 살짝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