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좋은 날/방우달(처세시인)
마지막 봄날 같은
좋은 날씨, 5월 31일이다.
맑은 하늘, 질 좋은 공기, 솔숲에서
고요하고 한가로운 가을 인생의 봄날이다.
한 마디로 세상 좋은 날이다.
아, 오랜만에 큰 마음 먹고
아내와 경치 좋은 춘천 외곽도로 드라이브 즐기고
고급 민물장어집에서 배 불리고
춘천 최고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흐르는 소양강물에 시심(詩心)을 띄운다.
권력도 재물도 명예도 가져본 적이 없어
비울 것도 내려놀 것도 없으니
탐욕도 날개 부러진 지 오래다.
다만 젊음은 가져봤으나 이미 날아가 버렸고
암수 늙은 두 마리 새가 소양강가에 앉아
연하고 따뜻한 커피로 목을 축인다.
홀로 날아가는 새는 신선 같으나
눈물나게 눈물나게 외로워 보인다.
아직은 날 수 있고 함께 날 수 있어
오늘은 눈물나게 세상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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