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56평형에 핀 해피트리 꽃/방우달(처세시인)
용꼬리가 되느냐 뱀대가리가 되느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사람에 따라 대상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이상은 용꼬리, 삶은 뱀대가리를 선택한다.
퇴직 후에 분당에서 춘천으로 이주하면서
부부가 사는데 56평형의 큰 아파트를 샀다.
내 꿈이 마당 넓은 집, 방과 거실이 넓은 아파트였다.
나는 아파트 평수 기준 대한민국 1% 안에 속할 것이다.
넓은 거실, 방이 네 개, 화장실 두 개, 드레스 룸이 두 개다.
부부 침실, 서재(내 방), 아내 방, 손님방으로 쓴다.
전에는 소형 평수 아파트에 5가족이 살았다.
책 둘 공간도 없어서 아깝지만 참 많은 책을 버렸다.
지금은 우여곡절 끝에 대형 아파트에 살지만
3백만원이 넘는 고급 물품은 없다.
보석도 가방도 옷도 신발도 가전 제품도
비싼 것이 없다. 집만 번듯하다.
아내에게는 늘 미안하다.
자동차도 27년 된 골동품이다.
세상에는 가난하나 부자처럼 사는 사람이 있고
부자이나 가난한 사람처럼 사는 사람이 있다.
삶의 관점과 태도가 건강 행복에 영향을 준다.
넓은 거실과 베란다에는 사철 꽃이 핀다.
아내가 가꾸고 나는 관상한다.
최근 7년 동안 해마다 해피트리가 꽃을 피운다.
고맙고 감사하고 행복하다.
내가 선택한 가난에 강제된 검소한 생활을 즐긴다.
춘천은 서울 수도권에 비해 집값이 싸다.
돈도 없고 접근성과 자연환경이 좋아서 춘천으로 왔다.
아파트는 대형이지만 집값은
서울 수도권의 20%도 못미친다.
내가 누리는 효용도와 행복도는
서울 수도권 대형아파트보다 더 높다.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하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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