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세시인 153

시간에 대한 이기주의

* 방우달 시집 '지갑을 던지는 나무' 표지 시간에 대한 이기주의 ___ 방우달(처세시인) 방우달 시집 중에서 나는 이기주의자가 되고 싶다. 시간에 대하여. 남들과 함께 보낸 시간에 대하여 곰곰이 깊이 생각해 보면 그들에게 도움이 된 시간이었던가, 어느 쪽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이제는 시간에 대하여 내면의 내 쪽 삶을 위한 철저히 고독한 생生을 위한 그런 시간을 즐기고 싶다. 시간의 소중함을 말로써가 아니라 글로써가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기까지 피와 같이 절실하게 흐름을 깨닫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흘려보냈는가! 나는 또한 남들의 시간을 얼마나 거머리처럼 빨았던가. 아깝고 죄스러울 뿐이다. 나에게 주어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시간의 올을 가지런히 정돈하고 실낱 같은 시간의 골을 깊이 파고 흘러 최..

앙코르 작품 2021.01.12

겨울 소양강 산책

겨울 소양강 산책 방우달(처세시인) 요즈음 코로나19 확산과 모진 한파로 외출을 자제하고 집안에서 살았다. 오늘은 며칠만에 큰 맘 먹고 집을 나섰다. 옷을 단단히 챙겨입고 집에서부터 걸어 소양강 하류까지 왕복 100분 간 걸었다(14:00 ~15:40). 영하 7~8℃ 바람은 초속 2m 정도 부는 날씨다. 산책길에는 사람들이 다수 걷고 있다. 홀로 걷는 이도 많고 주로 부부, 모녀, 친구들끼리 보통 2~3명이다. 춘천에는 의암호, 소양호, 춘천호 등 3개의 큰 호수가 있는데 전국에서 유일한 도시일 것이다. 나는 바다가 그리울 때는 가끔 의암호 주변을 산책한다. 물론 집에서부터 걷는다. 걷는 시간만 2~3시간이 걸리고 쉬면서 사색과 명상을 즐기기도 한다. 특히 겨울 바다가 보고 싶으면 동해까지 미끄럽기도 ..

'천국이 있을까요?'

'천국이 있을까요?' 천국은 날아갈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천국은 날개가 있는 새도 비행기도 날아갈 수 없는 나라다 천국은 하나하나 계단을 밟고 천천히 오래 걸어서 오르는 나라다 천국에 연결된 계단은 착하고 파란 마음의 창에서 시작된다 천국가기 위해 결코 날개를 사려고 하지 말라 - 처세시인 방우달의 《아름다운 바보》 중에서 - "천국이 있을까요?'라고 묻는 사람에겐 천국이 없을 가능성이 더 많습니다. 주위에서 천국이 있느냐고 묻는 사람이 많습니다. 가보지 않아서 대답을 머뭇거렸지만 믿음의 문제는 질문이 아니라 믿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천국 티켓은 없는 것이 분명합니다. 티켓은 수단입니다. 믿음은 목적입니다. 어떤 수단을 가졌다고 천국에 닿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새해에는 더욱더 착하고 파란 마음으로..

앙코르 작품 2021.01.09

모란 시장

모란 시장 방우달(처세시인) 세상일이 그렇듯이 모란 시장엔 모란이 없다 모여든 것들 크게 다쳤겠다 내 목숨 걸어둔 세상의 작은 일들이 한낱 소꿉장난 같이 느껴지는 날 어스름 속 혼자 히죽히죽 키득키득 웃으며 퇴근하는데 모가지 하나 시장좌판에 떨어져 미소 머금은 얼굴로 복을 팔고 있다, 누군가 코 한 점 귀 한 점 입 한 점 베어가고 웃고 있지만 크게 아픈 쓸쓸한 영혼 하나 * 처세시인 방우달 지음 에서 시 '모란 시장' 전문

앙코르 작품 2020.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