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꽃 밤꽃 방우달(시인) 꽃가루(花粉) 먹어볼 만큼 먹어봤다 벌들은 산수유 매화 유채 아까시 시들하다 밤나무는 이미 알고 있었다 유혹의 향기는 어떠해야 하는가를 미발표 신작 2017.06.12
만천천 만천천 방우달(시인) 유월 초순 만천천 자정 무렵 개구리 소리 고요한 밤하늘 건드린다 울음인지 노래인지 소음이 소음이 아닌 경지에 다다른다 이 시간 홀로 걷는 예사롭지 않은 나그네 함께 울어주는 개구리떼 있어 울음 속 삶이 풍요롭다 삶은 우여곡절 끝에 노래 나오고 울음 터지는 .. 미발표 신작 2017.06.10
천상병 천상병 방우달(시인) 순대국밥 한 그릇 막걸리 한 병의 소중함 알고부터 천상병 시인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화폐가치는 다르지만 효용가치는 시대에 따라 다르지 않으리 나는 목순옥 여사 같은 아내도 없고 천상병 시인처럼 좋은 대학도 못나오고 좋은 시도 못쓴다 하지만 나는 살아 있.. 미발표 신작 2017.06.09
지옥을 사랑하라 지옥을 사랑하라 방우달(시인) 천국 이르기 전에 지독히 지옥을 사랑하라 취미가 다르고 식성이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지식이 다르고 취향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다 엄밀히 말해서 틀린 것은 아니고 다른 것이지만 서로 맞지는 않구나 이해와 배려와 존중이 없다면 동반은 끝까지 순탄치 .. 미발표 신작 2017.06.06
가을의 봄날에 가을의 봄날에 방우달(시인) 애막골 산책로는 솔숲이 보배 솔숲 그늘 베고 누워서 가지가 가리고 남은 조각 하늘 본다 솔바람은 봄꽃 향기 날라오고 산새소리는 내 어둔 귀 후벼판다 솔숲은 생계로 쫓기지 않고 죽음으로 내몰리지 않는 조화로움 내 인생의 교향악 살갗은 솔숲 그늘을 눈.. 미발표 신작 2017.06.01
잘 잘 방우달(시인) 내가 좋아하고 쉽고 자주 쓰는 말 친근하고 품위있고 다양한 뜻의 말 잘 씻고 잘 먹고 잘 놀고 잘 싸고 잘 자고 잘 일어나고 건강 잘 챙기고 공부 잘 하고 취직 잘 하고 결혼 잘 하고 자식 잘 낳고 인생 잘 살고 잘 걷고 잘 보고 잘 듣고 잘 만지고 잘 느끼고 잘 생각하고 잘 .. 미발표 신작 2017.05.31
어쩌다 어쩌다 방우달(시인) 지나고 보면 다 그렇다 어쩌다 학교 졸업하고 어쩌다 취업하고 어쩌다 결혼하고 어쩌다 자식들 낳고 어쩌다 정년 퇴직하고 어쩌다 이곳으로 이사 와서 산다 '어쩌다'란 의지와 상관없이 우연하게 그냥 생각없이 시간이 흘러서 무엇이 된 것이 아니라 우여곡절 끝에 .. 미발표 신작 2017.05.30
쥐똥나무 쥐똥나무 방우달(시인) 애막골 등산로 외진 곳에 쥐똥나무 꽃 피웠다 똥이 아니다 똥이 보리꽃 피웠듯이 꽃보다 잎이 더 아름다운 계절에 뉘보다 고생했고 할 일 다했다 친구들은 도로나 담장에 자리잡고 수벽으로 빛을 낼 것이다 보통 사람은 죽으면 이름도 따라 죽는다 쥐똥나무는 죽.. 미발표 신작 2017.05.29
마중물 마중물 방우달(시인) 내 논은 천수답 그것도 빌린 땅 수리답 아니라도 겸허히 감사하며 하늘 뜻에 따라 예순 해 경작하여 마중물 한 되박 얻은 것이 전부 이제라도 펌프질 해 볼까나 이 세상은 새 둥지와 같은 것 있으나 없으나 투자는 투자 위험은 위험 대박은 대박 내 땅도 수리답도 아.. 미발표 신작 2017.05.28
장미 장미 방우달(시인) 익숙한 골목길 낮은 담장 위로 넝쿨 장미 갓 피운 얼굴들 내밀다 아무리 삶이 무소유 내밀어도 오월 끝자락 장미 한 송이는 소유해야지 아까시꽃 이미 사라지고 밤꽃 개화 준비에 숨 헐떡이는데 그래야 삶의 덧없음에 꽃 한 송이 올리지 않겠느냐 예순의 중턱에서 만지.. 미발표 신작 2017.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