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발표 신작

천상병

野塔 방우달 시인 2017. 6. 9. 03:46


천상병


방우달(시인)


순대국밥 한 그릇

막걸리 한 병의 소중함 알고부터

천상병 시인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화폐가치는 다르지만

효용가치는 시대에 따라 다르지 않으리

나는 목순옥 여사 같은 아내도 없고

천상병 시인처럼

좋은 대학도 못나오고 좋은 시도 못쓴다

하지만 나는 살아 있는데

그 분들은 지금 이 지상에 안계시다

살아 있다는 것이 정말 귀한 것일까

그 분들을 추억하는

살아 있는 나보다 그 분들 의미가 더 살아 있다

무작정 연고도 없는 춘천으로 이주하여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시인이 손 벌린다고

단돈 일천원 줄 이도 없는 낯선 땅

자력으로

순대국밥 한 그릇 막걸리 한 병

감격스럽게 먹고 마시며 천상병 시인을 추모한다

그 분들이 이 자리에 계시다면

술값은 즐거운 마음으로 내가 계산할 텐데

아, 출생과 사망은 맘대로 맞출 수 없구나

홀로 들이킨 막걸리 죽지 않고 살아

천상병 시인처럼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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