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발표 신작

지옥을 사랑하라

野塔 방우달 시인 2017. 6. 6. 23:30


지옥을 사랑하라


방우달(시인)


천국 이르기 전에

지독히 지옥을 사랑하라

취미가 다르고

식성이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지식이 다르고

취향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다

엄밀히 말해서

틀린 것은 아니고 다른 것이지만

서로 맞지는 않구나

이해와 배려와 존중이 없다면

동반은 끝까지 순탄치 않으리

사는 것에 정신이 팔려

그럭저럭 맞는 양 참고 살 때가 좋았다면

잘못 만남일 수 있으리

다소 시간과 생활에 여유가 생겨

제대로 눈을 뜨니

맞는 것이 별로 없다면

서로 죽이지도 살리지도

해결책은 없는데

미칠 수 밖에 없는 지경에서

미치지도 못한다는 것은

지옥 밑의 지옥이리

안한다

못한다

맛없다

싫다

지옥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

천국에 이르지 못하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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