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병
방우달(시인)
순대국밥 한 그릇
막걸리 한 병의 소중함 알고부터
천상병 시인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화폐가치는 다르지만
효용가치는 시대에 따라 다르지 않으리
나는 목순옥 여사 같은 아내도 없고
천상병 시인처럼
좋은 대학도 못나오고 좋은 시도 못쓴다
하지만 나는 살아 있는데
그 분들은 지금 이 지상에 안계시다
살아 있다는 것이 정말 귀한 것일까
그 분들을 추억하는
살아 있는 나보다 그 분들 의미가 더 살아 있다
무작정 연고도 없는 춘천으로 이주하여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시인이 손 벌린다고
단돈 일천원 줄 이도 없는 낯선 땅
자력으로
순대국밥 한 그릇 막걸리 한 병
감격스럽게 먹고 마시며 천상병 시인을 추모한다
그 분들이 이 자리에 계시다면
술값은 즐거운 마음으로 내가 계산할 텐데
아, 출생과 사망은 맘대로 맞출 수 없구나
홀로 들이킨 막걸리 죽지 않고 살아
천상병 시인처럼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