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꽃 나팔꽃 방우달(시인) 저녁나절에 피는 나팔꽃에게 물었다 무슨 생각으로 저녁을 열고 어떤 마음으로 아침을 닫는지 잡으면 무엇이든지 끈이 됩니다 잡을 것이 없다고? 그러면 기어야 합니다 기고 싶지도 않다고? 그러면 허공을 잡으세요 예술이 됩니다 미발표 신작 2017.09.13
홀로 함께 홀로 함께 방우달(시인) '홀로'는 '함께'가 없으면 참맛을 느끼지 못한다 홀로 있으면 함께가 그립고 함께 있으면 홀로를 찾아 나선다 우리는 함께였으면서 얼마나 홀로였던가 홀로였으면서 얼마나 함께였던가 우리는 홀로를 꿈꾸며 함께 살고 함께를 꿈꾸며 홀로 살고 홀로함께 상사화.. 미발표 신작 2017.09.12
나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방우달(시인) 가을에는 물든다고 아파하지 마라 아픔 없이 익지 않고 아름답지 않노라 가을에는 떨어진다고 슬퍼하지 마라 떨어짐 없이 살아남은 것 없노라 가을에는 여기까지 이끌어 준 모든 것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라 빛이든지 어둠이든지 바람이든지 구름이.. 미발표 신작 2017.09.09
4인용 식탁 2017 4인용 식탁 2017 방우달(시인) 가끔 가는 조그만 음식점 회덮밥류 탕과밥류 면류 전문점 4인용 식탁 8개다 1인 가구 28% 대한민국 이 식당엔 1인용 2인용 식탁은 없다 정들어라 합석을 권장하는 것일까 하지만 식탁이 달라도 서로 마주 보지 않고 등지고 앉아 혼밥에 익숙한 우리들 아닌가 합.. 미발표 신작 2017.08.29
타향 타향 방우달(시인) 춘천 소양호 춘천호 의암호는 낭만이란 이름의 안개 낳는다 한 곳에 오래 머물지 못하는 안개 기고 날아서 시내 한 바퀴 돌고 분지 외곽 산 중턱에 걸리면 한 폭 동양화 고층 아파트 거실에 머문 떠돌이 나그네 인생길 저 한 폭 안개처럼 얌전히 춘천의 낭만에 걸렸다 .. 미발표 신작 2017.08.27
해오라비 난초 해오라비 난초 방우달(시인) 해오라비 새는 땅의 힘을 빌어 하늘을 날고 해오라비 난초꽃은 하늘의 힘을 빌어 땅에 핀다 하늘을 날고 싶은 해오라비 난초꽃 붙박이 운명 벗어놓고 그대에게로 안기고 싶다 꿈에라도 날고 꿈속의 만남이라도 좋아라 <해오라비 난초꽃> 미발표 신작 2017.08.26
과욕의 기도 과욕의 기도 방우달(시인) 오래 전의 일입니다만 나는 매달 십만원어치 읽고 싶은 책을 사모았습니다 책들이 쌓여 집안이 가득합니다 그리고 날마다 기도합니다 저 책들을 다 읽을 시간 건강한 삶을 제게 주십시오 읽고 쓸 수 있는 밝은 두 눈과 오른 손 혼돈에 빠지지 않을 맑은 뇌와 따.. 미발표 신작 2017.08.21
부당 해고 부당 해고 방우달(시인) 카톡을 보냈는데 한 달 동안 열어 보지 않는 예순 중반의 친구 바로 전화해도 되지만 마음 다친 일 있나해서 장마같은 긴 인내로 걱정과 궁금증 버티며 카톡을 수시로 확인 중 어느 날 답장이 도착했다 지난 봄에 어처구니 없는 부당 해고를 당해 노동위원회와 싸.. 미발표 신작 2017.08.17
가을 문턱에서 가을 문턱에서 방우달(시인) 말복 지나고 가을 냄새 불어온다 낙엽 타는 연기 묻어 있고 더위 밀어낸 기온 더 내려간다 가을 문턱 잠시 멈춰서서 생각에 빠진다 가을이 왔음에도 게으른 것은 아직 죽음이 저 멀리 있다고 바쁘고 급한 것은 벌써 죽음이 가까이 다가왔다고 죽음이 저 멀리 .. 미발표 신작 2017.08.15
또 라면 또 라면 방우달(시인) 간편하고 먹기 좋고 맛있는 오늘 일상 또 라면이다 정리할 시간 주어지지 않는 죽음일 때 일상은 라면먹기처럼 땡처리가 최선이다 미발표 신작 2017.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