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발표 신작

가을 문턱에서

野塔 방우달 시인 2017. 8. 15. 05:49



가을 문턱에서


방우달(시인)


말복 지나고 가을 냄새 불어온다

낙엽 타는 연기 묻어 있고

더위 밀어낸 기온 더 내려간다

가을 문턱 잠시 멈춰서서 생각에 빠진다


가을이 왔음에도 게으른 것은

아직 죽음이 저 멀리 있다고

바쁘고 급한 것은

벌써 죽음이 가까이 다가왔다고 


죽음이 저 멀리 있음에도 바쁘고 급한 것은

타고난 성질 탓이라고

죽음이 가까이 왔음에도 게으른 것은 

큰 깨달음 때문이라고


가을이 왔음에도 나는

봄이나 여름에 살았던 것처럼

서두르지 않고 넘치지 않고

거친 욕심 밟고 일상 보폭으로 걷는다 


겨울이 어디에 있는지 얼마나 남았는지는

물을 필요 없으리, 겨울을 생각하면서

어떤 걸음으로 어떻게 걸을 것인가

가을 문턱에서 한 번 더 생각하리라


인생은 4계절 마라톤

의미와 가치의 방향은 정해졌으니 낮은 마음으로

남은 체력 속도 적절히 배분하여

완주하라, 완주하라, 완주하라! 내게 격려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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