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탑野塔의 노래
방우달(시인)
내 앞 가로 막는 운명은 없으리
아름답고 고즈넉한 사찰에
품위있게 자리한 오래된 탑도 좋지만
낮이나 밤이나
맑으나 흐리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추우나 더우나
바람이 불거나 잠잠하거나
사계절 내내 들판에 서서
변화무상한 하늘 우러르며
묵묵히 세월 견뎌내는
나는 한 개 야탑野塔으로 살리라
야! 탑塔처럼
들판의 탑塔처럼
얽매임 없이 꾸밈도 없이
아픔도 슬픔도 성냄도 녹이며
금수저 흙수저 운명 벗어 던지고
나는 말 없는 야탑野塔으로 살리라
* 야탑野塔 : 방우달 시인의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