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발표 신작

지는 것은

野塔 방우달 시인 2017. 7. 14. 01:22


지는 것은


방우달(시인)


꽃이 지든지 열매가 지든지 잎이 지든지

바람이 불어서 지는 것이냐

달빛이 흔들려 지는 것이냐

아니다 아니다 아니다

네가 익어서 지는 것이다

익지 않고서는 세월을 견딜 수 없지

보라, 저기 우주의 지렛대로

지구를 흔들고 있지 않느냐

새파란 꽃잎들

새파란 열매들

새파란 잎들은

미련이 많아 전혀 미동이 없네

누가 먼저 지겠느냐

세월엔 보여주지는 않지만

익는 순서도 지는 순서도 안고 흐른다네

맞아 맞아 맞아

네 차례가 네 앞에 온 것이다

두려워 말라, 순서대로 익고 지는 것은

결코 네 잘못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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