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 2교에서
방우달(시인)
누가 쉽게 제 이름 버릴 수 있을까
지속 가능한 흐름을 위해
얼굴빛 바꾸기는 하루에도 몇 번 하지만
강은 합수 때마다 이름 바꾸기에 익숙하다
두 이름 달고 흐를 수 없는 까닭은
바다 이르는 길 멀고 깊고 넓기 때문에
소양강은 의암호에 이르자
대세에 밀리는 느낌
미리 알아서 얼굴빛 감추고 속으로 흐르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북한강 만나 손잡고
겉으로는 태연하다
의암호는 눈 감아 주고
두 강은 북한강 이름으로 살자고
물밑 협약 맺은 것일까
바꾸어 흐르지 못한 나그네
한강 상류 소양강으로 거슬러 왔다
옹졸한 흐름인가, 소양 2교에서 황혼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