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세시인 153

나는 헛살아서 오늘도 혼술한다

나는 헛살아서 오늘도 혼술한다 방우달(처세시인) 내 주위에 서너 명의 술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나이도 취미도 상관 없고 성별도 관계 없고 소주 1일 1병 주 3회 자랑스런 주량에 술값은 나누어낼 정도 재력이 되면 좋고 (나는 가난한 시인이라 매번 낼 수는 없으니까) 술좌석에서 남들 험담하지 않고 세상사 절대 탓하지 않고 값싼 자기 신세타령하지 않고 가정사 말하지 않고 정치 종교 끝도 없는 소리하지 않고 군대 얘기 왕년의 잘 나갔던 얘기하지 않고 그저 술 사랑 사람사는 세상 이야기나 하고 천진난만한 얼굴에 묻은 언행으로 좌중을 웃게 만들고 헤어질 때마다 아쉬운 듯 눈물 글썽이는 아무런 조건도 없는 만남에서 행복해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 술 친구 서넛만 있었으면 참 좋겠다. 나는 헛살아서 오늘도 객지에서 ..

미발표 신작 2021.03.14

달빛 밟기

달빛 밟기/방우달(처세시인) * 방우달 시집 중에서 나직히 무슨 소리 들린다 허드레 물품 꽉 채운 베란다 창고를 비워 만든 내 거창한 집필실엔 창백한 달빛이 소리없이 쌓이고 쌓이는 고요히 깊은 밤인데 부풀어오르는 겨울의 끝에 서서 시린 발끝에 신열을 모두어 파란 보리를 밟듯이 달빛을 파랗게 다지라는 소리로 들려 터무니없이 높이 솟은 고소공포증과 부풀어오른 고독을 깊은 밤 달빛 밟기로 다진다

앙코르 작품 2021.03.08

한 계절도 4계절로 나누어 알차게 살기

한 계절도 4계절로 나누어 알차게 살기 돌이켜 보면 내 인생에 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분명 봄은 있었다, 다만 내 청춘에는 봄이 없었다 어둠침침한 것을 봄이라고 할 수는 없다 노년의 봄은 봄이라고 해도 물기 없는 가을의 단풍 같은 것이다 아름답기는 해도 어찌 청춘의 봄에 비유하랴 힘들고 슬프고 아픈 터널 같은 청춘이라도 절망 너머 희망을 볼 수 있고 봄을 맞이할 성숙된 마음이 있었더라면 지금의 후회는 없었을 것이다 돌이켜 보기는 할지라도 인생은 결코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다 봄을 잘못 맞이하면 가을이 빈곤하다 언제 어떤 상황이라도 지나가기 전에 봄을 느끼며 꽃 피우는 마음 가꾸어야 하리. - 방우달의 《도시자연인》 중에서 - 4계절이 있는 곳에서는 1년에 한 번씩 봄이 옵니다. 4계절을 인생에 비유하면 ..

앙코르 작품 2021.03.08

봄의 의미

봄의 의미/방우달(처세시인) *방우달 단상집 중에서 돌이켜 보면 내 인생에 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분명 봄은 있었다, 다만 내 청춘에는 봄이 없었다 어둠침침한 것을 봄이라고 할 수는 없다 노년의 봄은 봄이라고 해도 물기 없는 가을의 단풍 같은 것이다 아름답기는 해도 어찌 청춘의 봄에 비유하랴 힘들고 슬프고 아픈 터널 같은 청춘이라도 절망 너머 희망을 볼 수 있고 봄을 맞이할 성숙된 마음이 있었더라면 지금의 후회는 없었을 것이다 돌이켜 보기는 할지라도 인생은 결코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다 봄을 잘못 맞이하면 가을이 빈곤하다 언제 어떤 상황이라도 지나가기 전에 봄을 느끼며 꽃 피우는 마음 가꾸어야 하리.

앙코르 작품 2021.03.08

귀인(貴人)

귀인(貴人)/방우달(처세시인) * 방우달 시집 중에서 여느 사람의 사주팔자에나 어느 땐가는 貴人 만나 큰 도움을 받을 운세 나오는 법. 내 貴人은 바람처럼 지나쳤는지 구름처럼 흘러갔는지 만나서 지금 도움을 받고 있는지 아직은 잘 느끼지 못하지만 이름도 얼굴도 드러나지 않는 행인일 수도 있으리. 세상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 貴人으로 사귀고 모시면, 눈.코.귀.입.살갗에 닿는 모든 것들 감사하는 마음으로 맞이하면 모두가 貴人 아니겠는가.

앙코르 작품 2021.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