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희낙락喜喜樂樂 480

청춘 단풍

청춘 단풍/방우달(처세시인) 가을 햇살 즐기며 애막골 산책 중이다. 애막골 진입로 주변 은행 가로수들 예쁘게 물들었다. 요즘 춘천의 단풍은 참으로 아름답다. 단풍 중에서는 이팔청춘이다. 70대 초반의 잘 익은 청춘 노인이다. 봄꽃이 아름답듯이 가을 단풍도 아름답다. 살면서 할 일 다한 성인과 같다. 저녁 노을처럼 엄숙하고 성스럽다. 단풍을 바라보며 나는 경배한다. 10여일 지나면 낙엽이 되므로, 청춘도 한 순간이다. * 모 그룹 前 회장(80세)이 오늘 돌아가셨다. +4장

행복도 셀프 시대

행복도 셀프 시대/방우달(처세시인) 가을을 타는 것일까? 가을 향기를 맡고 싶어 아내와 드라이브하다. 가을 여자 남자가 되고 싶어서 경치 좋은 곳에서 자연에 흠뻑 젖다. 점심은 수입 양념소갈비, 된장찌개, 밥으로 간단히 먹고 분위기 있는 베이커리 카페에서 카푸치노 한 잔씩 마시다. 커피 건배 외치다. 가을 여자와 가을 남자의 데이트다. 때 늦은 코스모스와 싱싱한 억새꽃이 배경이다. 자식들이나 친구들이 사 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우리 부부는 먹고 싶은 것 사 먹고 보고 싶은 것 찾아 가서 스스로 즐긴다. 행복도 건강도 셀프 시대다. +3장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다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다/방우달(처세시인) 옛말에 '죽으란 법은 없다'란 말이 있다. '새옹지마'와 같은 뜻이다.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다. 즉 두 가지 일이 번갈아 일어난다는 뜻이다. 살아보니 맞는 말이다. 빛이 있으면 그늘이 진다. 행복 뒤엔 불행도 있고 불행 뒤엔 행복이 있다. 희망과 절망도 번갈아 일어난다. 오늘 어렵고 힘들다고 극단적으로 선택해서는 안된다. 삶은 끝없는 선택의 연속이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희망적인 선택을 하고 최선을 다한다. 위기를 견뎌내면 반드시 살아난다. 삶에 정성을 다하면 하늘도 무심하지 않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사람을 돕는다고 했다. 그래서 인심이 천심이 된다. 모든 삶의 열쇠는 자신이 쥐고 있다. 크고 작은 좋은 일들이 수없이 기다리고 있다. 조금만 참고 ..

날씬한 구절초 허리는 약하다

날씬한 구절초 허리는 약하다/방우달(처세시인) 아침에 아파트 단지 산책로 걷다. 벌써 가을이 마을까지 내려 앉았다. 단풍이 맛깔스럽게 물들었다. 아홉 마디 구절초 허리가 날씬하다. 그런데 모두 누웠다. 얼마 전에 비바람이 세차게 몰아쳤다. 허리가 튼튼해야 건강하다. 바로 설 수 있다. 한반도 허리가 약하다. 아니 잘렸다고도 한다. 요즘 위태위태하다. 누운 구절초가 흰 꽃을 피웠다. 구절초에서 한반도를 보다. +2장

동탁 조지훈 시인 묘

동탁 조지훈 시인 묘/방우달(처세시인)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마석역 근처 조지훈 시인 묘를 어제 다녀왔다. 5개월 전 페친 B시인의 춘천 첫 내방에 대한 나의 답방으로 이뤄졌다. 약속 시간보다 한 시간 미리 가서 마석역 주변을 산책하던 중 조지훈 시인 묘 표지판이 보여 산길을 따라 올라가서 자세히 살펴봤다. 잘 관리되고 있었으나 왠지 쓸쓸하고 인생 무상을 다시한번 크게 느꼈다. 시인의 묘에 대해 언젠가 방송을 통해 보았으나 마석역 근처라는 것은 잊고 있었다. 또 마석역 1번 출구 광장에 서 있는 외로운 시비도 말이 없다. 한편 현재 살아 계시고 인연 맺은 시인도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아쉬움도 생각했다. 살아 계실 때 자주 봬야 하는데... 약속된 시간에 B시인을 만나 역 근처 삼계탕집에서 점심을 함께 ..

장수 의자

장수 의자/방우달(처세시인) 의자는 참 좋은 것이다. 앉는다, 쉼이다, 앉아서 일하고 생각하는 곳이다. 이동하지 않을 때는 주로 자거나 서 있거나 앉아 있다. 의자 없이 앉을 때도 있다. 허리나 다리 관절이 불편하면 이동이 힘들다. 고통이다. 아파 보지 않은 사람은 그 심정을 모른다. 내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선배 시인은 오랫동안 허리 통증으로 지팡이 두 개 짚고 날마다 하루 만보를 성실하게 걷는다. 길거리 의자를 만나면 정말로 반갑고 고맙단다. 나는 아직 걷는데는 지장이 없지만 산책하다 의자를 만나면 그 선배를 생각한다. 그도 나도 서로 마주 보며 빙그레 웃는 모습이 떠오르며 그립다. 춘천에는 도심 네 거리 횡단 보도 입구에 간혹 장수 의자가 설치되어 있다. 햇빛과 비 가림막 시설도 많다. 결코 아파 보..

가을 장미라도 예쁘게

가을 장미라도 예쁘게/방우달(처세시인) 요즘은 철이 없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이 없다. 사람도 그렇고 자연도 그렇다. 청년 중년 노년도 없다. 마음이 그렇다. 일찌기 이어령 선생이 1970년대 초반에 말씀하셨다. 곧 NO 3S 시대가 온다고. No Season, No sex, No style 이다. 즉 계절, 남녀, 틀(일정한 방식)이 없다. 가을의 한 가운데를 지나는데 봄 장미보다 더 아름답고 튼실한 가을 장미가 피었다. 깊은 향이 있고 의미와 가치를 던져준다. 사람도 저 가을 장미처럼 피었으면 좋겠다. 계절이 없다지만, 극소수지만 아흔이 넘은 인간 가을 장미들이 있다. 나의 계절도 가을에 접어들었다. 주변에 갑장들이 쓰러지고 생을 마감한다. 현실은 냉혹하다. 동네 한 바퀴 산책길에 그 장미를 한..

전원주택에서 아파트로

전원주택에서 아파트로/방우달(처세시인) 어릴 때부터 시골에서 자라서 그런지 노후엔 전원주택에서 조그만 텃밭에 유실수 몇 그루, 꽃밭, 채소밭 가꾸며 살고 싶었다. 우여곡절 끝에 춘천으로 이주하면서 다시 아파트에 12년차 살고 있다. 총 35년 아파트 생활이다. 편리하기는 참 편리하다. 서울 보다 훨씬 넓고 여건은 좋으나 꿈이 깨어져 많이 아쉽다. 그래서 춘천 외곽을 산책하면서 눈길은 늘 전원주택에 닿아 있다. 이제는 전원주택에 살다가도 아파트로 내려와야 할 나이다. 나이가 들면 병원 약국 음식점 등 생활 편의시설이 가깝고 많아야 좋다. 전원주택에서 아파트로 다시 입주했다는 느낌으로 살기로 했다. 이제 주택에 대한 꿈은 없다. 자족의 마음이다.

들깨들이 쓰러졌다

들깨들이 쓰러졌다/방우달(처세시인) 며칠 전에 노란 들깨 잎들이 아름다웠다. 오늘 오후 지나오니 모두 밭에 누웠다. 바람에 쓰러진 것이 아니다. 스스로 누운 것도 아니다. 인간이 판단해서 당신은 할 일을 다했다고 베어서 그 자리에서 가을 햇빛에 말린다. 엄숙하다. 숭고하다. 할 일 다한 성인이다. 조금 더 지나오니 논에서도 올벼들이 사라졌다. 빈 논이다. 익은 벼들도 숭고하고 엄숙하다. 가을에 익은 모든 것들에 감사하다. 가을 꽃들에게도 고맙다고 인사한다. 나는 그냥 보고 느끼고 즐긴다. 축복이다! +2장

애막골 요람에서 무덤까지

애막골 요람에서 무덤까지/방우달(처세시인) 애막골 산책로 입구엔 유치원이 하나 있다. 숲속에 있는 고품격의 육아시설이다. 여기 다니는 아이들은 축복 받았다. 금은동흙수저 중 상위의 수저다. 부모 찬스를 받은 아이들이다. 점심 시간 전후 산책을 할 때면 예쁜 옷차림을 한 아이들이 영롱한 소리를 지르며 즐겁게 놀이하는 것을 본다. 귀엽고 아름답다. 한참 서서 구경하다 걷는다. 내가 어릴 때 시골에는 육아시설도 없었다. 초등(국민)학교는 무상 교육이었지만 그것도 힘들게 다닐 때였다. 애막골 산책길에 들어서면 낮에는 대부분 중장년 노인들이다. 주로 홀로 걷거나 2~3명이 다닌다. 지금까지 내가 만난 최고령자는 90세 노인들이었다. 대부분 산에 누워계시는 연세다. 요즘은 산에도 못 오고 납골당에 갇혀 있단다.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