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희낙락喜喜樂樂 480

아프지 말고 늙지 마세요

아프지 말고 늙지 마세요/방우달(처세시인) 지난 일요일 저녁 엘리베이터에서 80대 후반의 할머니를 만났다. 몸이 많이 불편하고 지쳐 보였다. 주말이라고 가족들과 나들이를 다녀오시는가 보다. 우리 부부를 보시더니 할머니가 웃으시며 말씀하신다. "아프지 말고 늙지 마세요!" 덕담이라고 생각하고 "네,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라고 웃으며 답했다. 어찌 사람이 아프지 않고 늙지 않을 수 있으랴. 할머니도 알고 계시고 우리도 알고 있다. 모든 생명은 유한하며 생노병사한다. 그래서 생노병사는 마음의 문제다.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 마음의 문제이므로 사는 동안 희희낙락 살면 된다. 희희낙낙 살려면 어떻게 살 것인가? 마음의 자세와 생활 태도에 대한 것을 졸저 권에 차곡차곡 ..

빨간 열매들

빨간 열매들/방우달(처세시인) 애막골 산책 가는 길에 외출했다 귀가하는 아내를 만났다. 점심은요? 안 먹었어요! 오늘은 11:00에 아점을 먹어 밥 생각이 없었다. 점심 대신에 간식으로 양파즙, 생강젤리, 홍삼, 귤, 사과, 배, 더덕잼, 청국장가루...등 먹었어요. 또 그거? 그거 뭐요? 생각이 안난다. 빨간 열매 있잖아요? 아내는 오미자? 구기자? .... 산수유? 다 말한다. 맞아요, 산수유! 입안에서 뱅뱅 도는데 단어가 튀어 나오지 않는다. 이제는 입력도 잘 안되고 입력된 것이 출력도 잘 안된다. 학교 다닐 때 전교 수석 입학, 수석 졸업해도 세월에는 이기지 못한다. 아직은 살아 온 길을 기억하고 있고, 살아 갈 길도 대충은 알고 있는데 벌써부터 치매로 단정짓고 싶지는 않다. 그러면 서글프다. 우..

인사성 밝은 우리 동(棟) 주민

인사성 밝은 동(棟) 주민/방우달(처세시인) 내가 사는 아파트는 12개 동(棟)에 약 1,800세대가 산다. 작은 평형부터 63평형까지 있으며 34평형이 80%가 넘는다. 내가 사는 동(棟)은 48평형, 56평형 90여 세대가 산다. 사업가, 의사, 교수 등 전문직, 교장, 고급 공무원 등이 주로 거주한다. 준공 입주 후 4년이 지난 아파트로 이사왔는데 이사 다음 날부터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서로 인사를 한다. 탈 때 '안녕하세요?', 먼저 내릴 때 '안녕히 다녀오세요!' 또는 '안녕히 가세요!'라고 인사한다. 참 희한하다, 참 잘 한다 싶었고 나도 바로 배워서 인사하게 되었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우리 동(棟) 주민만 그렇다고 한다. 준공 입주 후 처음으로 어느 입주민 한 분이 먼저 인사했을 것이고 그..

파란 은행잎 운명

파란 은행잎 운명/방우달(처세시인) 요즘 대부분 은행나무 가로수가 노란잎을 다 떨구었다. 간혹 몇 그루는 같은 지역 같은 땅 같은 일조량 등 똑같은 조건인데 노랗게 물들지 않고 한 열흘쯤 늦게 파랗게 진다. 같은 은행나무라도 암수가 다르고 노란단풍 들지 않고 파랗게 지는 것은 운명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선택할 수 없는 것이다. 사람도 그런 면이 있다. 운명은 피할 수 없다. 문제는 운명이 아닌 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며 편하게 포기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다. 비관적이고 부정적인 삶의 태도다. 인생은 단 한 번 뿐인데 적극적으로 창의적이고 도전적으로 살 필요가 있다. 나이가 들었다고 미리 안주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건강한 욕망은 마지막 날까지 살려야 한다. 그것이 삶의 의지 즉 힘이다. '8기'에 미쳐..

고사떡과 대박

고사떡과 대박/방우달(처세시인) 고사 지내는 것과 길흉의 관계는 알 수가 없다. 하나의 풍습이고 문화일 뿐이다. 결국 마음의 문제로 귀착된다. 그저께 이웃집에서 고사떡을 가져 왔다. 오랫동안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유소를 운영해 왔다. 최근에 최신식 세차 시설을 설치하고 고사를 지냈단다. 온다기에 미리 금일봉 봉투를 준비해서 '축 발전, 대박 기원'을 써서 전했다. 저녁에 그 찹쌀 시루 고사떡을 먹었는데 맛있어서 다 먹고 저녁으로 대신했다. 그 다음 날 길에서 우연히 그 이웃을 만났는데 참으로 고사떡이 맛있었다, 저녁을 대신했다, 고사떡이 맛있는 걸 보니 분명 영업은 대박이다, 라고 다시한번 덕담을 해줬다. 말과 글은 자신의 감정 표현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마음 표현을 꺼리는 사람이 많다. 혀 끝에..

신생 출판사의 생존

신생 출판사의 생존/방우달(처세시인) 20여년 블로그 친구인 분이 은퇴 후 작년에 1인 출판사를 차렸다. 그는 꽃이야기 작가이기도 하다. 요즘처럼 책이 팔리지 않는 시대에 출판업에 뛰어들어 고군분투하고 있다.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이기는 하지만 기성 출판사와 경쟁해서 상생하기엔 많은 땀과 피눈물이 요구된다. 크게 도와 주지도 못하고 내 마음만 검게 탄다. 첫술에 배부르지 않으니 꾸준히 좋은 상품으로 크게 성장하기를 빌며 진심으로 응원할 뿐이다. 내가 베스트셀러 시인이 되면 꼭 '모데미풀' 출판사로 출간하리라. 아우여, 힘내요, 곧 잘 될 거여!

대충 기도처

대충 기도처/방우달(처세시인) 애막골 산책로에는 나만의 기도처가 열 몇 곳 있다. 열두 해 자주 다닌 산책로다. 산책은 주로 아침 점심 저녁나절 걷는다. 그때마다 해를 중심으로 기도하니까 기도처가 다르다. 나는 특정 종교에 빠져 있지 않다. 종교도 편식하지 않는다. 불교 기독교 유교 민간 신앙 등 다양한 경전을 읽고 복합된 의식을 따른다. 그것이 내 마음에 맞고 자유롭다. 애막골 나의 비밀 기도처에서는 산책복 차림으로 해를 바라보면서 두 손 모으고 서서 다음의 말을 한 번씩 하고 세 번 절한다. 늘 5가지 마음을 갖고 살도록 간구한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미안합니다! 용서합니다! 어제도 오늘도 했고 내일도 할 것이다. 정성은 최선이지만 형식은 대충이다. 어디에나 부처님 하느님 조상님은 ..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방우달(처세시인) 애막골 산책로에는 지난 여름 태풍이나 그저께 강풍과 비로 나무가 뽑히거나 쓰러지고 많은 가지들이 부러졌다. 마음속으로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라고 엎드려 절을 올렸다. 사람들은 말한다. 재수 없어 그렇다, 자기 탓이다, 평소에 대비하지 않아서 그렇다, 게을러서 그렇다, 자리를 잘못 잡았다, 자업자득이다, 경쟁력이 없다, 라고. 물론 그렇게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평소 최선을 다해도 자력으로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성실하고 정직하고 바르고 열심히 살아도 제대로 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홀로 행복하고 잘 살기는 쉽다. 그러나 이웃과 더불어 다같이 그렇기는 힘들다. 잘잘못을 가리기보다는 보듬어 주고 위로 격려 용기 희망을 나눠주며 숲속에서 함께 지켜주는 한..

깔비와 솔가리

깔비와 솔가리/방우달(처세시인) 어제 밤낮 강풍과 비가 내렸다. 애막골 솔숲 산책길에는 온통 낙엽 솔잎으로 덮였다. 어릴 적 내 고향에서는 그것을 깔비라고 불렀다. 사전에서도 깔비라고 찾으면 어느 지방의 사투리라고 나오지 않는다. 은퇴 후 춘천으로 이사와서 많은 어르신께 여쭤봐도 아는 이가 없었다. 몇 년 동안 검색하고 알아 본 결과 솔가리가 표준어임을 알았다. 깔비라고 하면 땔감이 떠오른다. 화력도 세고 불쏘시개로도 좋다. 솔가리라고 하면 자연으로 느껴진다. 솔가리를 밟으며 걷는 느낌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떨어진 낙엽 솔잎을 고통의 땔감으로 생각하는 것과 자연으로 받아들이는 문화 차이는 텃밭과 정원 차이의 큰 의식 변화다. 깔비는 민둥산이고 솔가리는 삼림이다. 내 마음은 지금 행복 정원이다. +2장

가을 생각 줍다

가을 생각 줍다/방우달(처세시인) 단풍이 다 져가는 만추에 '이 생각 저 생각 헛생각' 하다가 가을 생각 하나 줍다. 지금부터는 써도 되고 안써도 되는 글, 읽어도 되고 안읽어도 되는 글, 읽을 필요도 없는 글, 읽을 때 영 부담 없는 글, 글 쓰면서 스트레스 받지 않는 글, 쓰는 것이 오히려 즐거운 글, 내 글도 네 글도 우리 글도 아닌 글, 시간을 낚거나 흘러보내는 글을 생각 없이 써야겠다는 생각의 뭉치! 잘 익은 가을 생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