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희낙락喜喜樂樂

빨간 열매들

野塔 방우달 시인 2023. 11. 14. 23:51
빨간 열매들/방우달(처세시인)
 
애막골 산책 가는 길에 외출했다
귀가하는 아내를 만났다.
점심은요?
안 먹었어요!
오늘은 11:00에 아점을 먹어 밥 생각이 없었다.
 
 
점심 대신에 간식으로
양파즙, 생강젤리, 홍삼, 귤, 사과, 배, 더덕잼,
청국장가루...등 먹었어요. 또 그거?
그거 뭐요? 생각이 안난다. 빨간 열매 있잖아요?
아내는 오미자? 구기자? .... 산수유? 다 말한다.
맞아요, 산수유!
 
입안에서 뱅뱅 도는데
단어가 튀어 나오지 않는다.
이제는 입력도 잘 안되고
입력된 것이 출력도 잘 안된다.
학교 다닐 때 전교 수석 입학,
수석 졸업해도 세월에는 이기지 못한다.
 
아직은 살아 온 길을 기억하고 있고,
살아 갈 길도 대충은 알고 있는데
벌써부터 치매로 단정짓고 싶지는 않다.
그러면 서글프다.
 
우겨야지, 치매가 아니라고!
산책길에 잎이 다 진 산수유 나무
열매가 빨갛게 매달려 있다.
맑은 하늘은 무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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