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희낙락喜喜樂樂

인사성 밝은 우리 동(棟) 주민

野塔 방우달 시인 2023. 11. 14. 23:44
인사성 밝은 동(棟) 주민/방우달(처세시인)
 
내가 사는 아파트는
12개 동(棟)에 약 1,800세대가 산다.
작은 평형부터 63평형까지 있으며
34평형이 80%가 넘는다.
 
내가 사는 동(棟)은
48평형, 56평형 90여 세대가 산다.
사업가, 의사, 교수 등 전문직,
교장, 고급 공무원 등이 주로 거주한다.
 
준공 입주 후 4년이 지난
아파트로 이사왔는데 이사 다음 날부터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서로 인사를 한다.
탈 때 '안녕하세요?',
먼저 내릴 때 '안녕히 다녀오세요!'
또는 '안녕히 가세요!'라고 인사한다.
참 희한하다, 참 잘 한다 싶었고
나도 바로 배워서 인사하게 되었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우리 동(棟) 주민만 그렇다고 한다.
 
준공 입주 후 처음으로
어느 입주민 한 분이 먼저 인사했을 것이고
그 후 전부 따라서 했을 것이다.
지금은 아기들도 배꼽인사를 하고
초중고생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인사한다.
심지어 자주 오는 택배인, 음식배달인,
임시 시설공사인까지 다 인사를 잘 한다.
 
12년째 살고 있는 나도
처음에는 좀 어색했으나
지금은 자연스러워졌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그 인사가 엘리베이터 안에서만 이루어지고
그 다음 인간관계로 발전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기계적 로봇 인사 같다.
서양 사람들 인사 같다.
육체는 현실에 두고 살아도
마음은 가상 세계로 달아났다.
영혼이 없는 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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