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희낙락喜喜樂樂

들깨들이 쓰러졌다

野塔 방우달 시인 2023. 10. 15. 00:47
들깨들이 쓰러졌다/방우달(처세시인)
 
며칠 전에 노란 들깨 잎들이 아름다웠다.
오늘 오후 지나오니 모두 밭에 누웠다.
바람에 쓰러진 것이 아니다.
스스로 누운 것도 아니다.
인간이 판단해서 당신은 할 일을 다했다고
베어서 그 자리에서 가을 햇빛에 말린다.
 
엄숙하다.
숭고하다.
할 일 다한 성인이다.
 
조금 더 지나오니
논에서도 올벼들이 사라졌다.
빈 논이다.
익은 벼들도 숭고하고 엄숙하다.
 
가을에 익은 모든 것들에 감사하다.
가을 꽃들에게도 고맙다고 인사한다.
나는 그냥 보고 느끼고 즐긴다.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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