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막골 요람에서 무덤까지/방우달(처세시인)
애막골 산책로 입구엔 유치원이 하나 있다.
숲속에 있는 고품격의 육아시설이다.
여기 다니는 아이들은 축복 받았다.
금은동흙수저 중 상위의 수저다.
부모 찬스를 받은 아이들이다.
점심 시간 전후 산책을 할 때면
예쁜 옷차림을 한
아이들이 영롱한 소리를 지르며
즐겁게 놀이하는 것을 본다.
귀엽고 아름답다.
한참 서서 구경하다 걷는다.
내가 어릴 때 시골에는 육아시설도 없었다.
초등(국민)학교는 무상 교육이었지만
그것도 힘들게 다닐 때였다.
애막골 산책길에 들어서면 낮에는
대부분 중장년 노인들이다.
주로 홀로 걷거나 2~3명이 다닌다.
지금까지 내가 만난 최고령자는
90세 노인들이었다.
대부분 산에 누워계시는 연세다.
요즘은 산에도 못 오고 납골당에 갇혀 있단다.
산에 오신 분들은 축복이란다.
애막골 산책로에는 (아이에서 노인까지)
요람에서 무덤까지 극락과 천국이 있다.
나는 그 중간 쯤에 살고 있는가?
나는 좋은 것을 좋은 줄 모르고 사는
'아름다운 바보'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