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 없는 처세학

밤길 테헤란로(앵콜)

野塔 방우달 시인 2008. 11. 28. 06:06

 

밤길 테헤란로

 
달밤 시골길 걸을 땐

그림자 하나 나 따르더니

달밤 테헤란로 걸을 땐

몇 개의 그림자가

몇 개의 방향에서

각기 다른 농도의 얼굴로

둘러싼다. 얼떨떨한 나

빛이 많은 테헤란로에서

달을 바라본다.

제 그림자 짚어보는지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에

잘게잘게 부서지는

그 눈빛들 사이 뚫고 나온

도무지 알 수 없는 그림자 하나

헛기침하며

힘겨운 내 발끝으로

쏜살같이 달려오는,

어둠이 짙어도 비가 내려도

불빛은 거리를 밝히고

빛만큼 그림자 많은 테헤란로여

 

방우달 지음

<전하,

이 시집이 베스트셀러가 되면 아니되옵니다>

(작가정신. 199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