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 없는 처세학

산다는 것은(앵콜)

野塔 방우달 시인 2008. 11. 21. 01:59

 

산다는 것은

 

 

산다는 것은,때로는

 

불어난 흙탕물에

아끼던 검정 고무신 한 짝

빠뜨리는 일이다.

 

실개천 맑은 물에

흰 종이배 하나

빈 마음으로 띄우는 일이다.

 

떠나온 먼 고향을 향하여

남몰래 흘린 눈물 한 방울

옷깃으로 닦는 일이다.

 

사랑한 이와 보낸 날들을

추억하며, 남 몰래

그리움 하나 키우는 일이다.

 

몸부림치며 잎들을 떨쳐 버리는

운명의 바람 한 점

조용히 용서하는 일이다.

 

수없이 얼굴 모습 바꾸는

뭉게구름 한 웅큼

가슴에 포근히 안아보는 일이다.

 

어머니 아버지를

애타게 애타게

아이처럼 불러보는 일이다.

 

불능을 향하여

기적을 빌며

달려가는 일이다.

 

 잘 익은 열매들을

죄 지으며

따먹는 일이다.

 

산다는 것은,때로는

 

빙 둘러 앉은 밥상머리에서

찌게 그릇의 큰 고기 덩어리에

숟가락이 먼저 가는 일이다.

 

 거뭇한 해바라기 얼굴

만지작 거리며

태양을 향하는 일이다.

 

 희미한 달빛 아래 서서

달맞이꽃 옷매무새를

다시 한번 가다듬어 주는 일이다.

 

커가고 사라지는

달의 한 달 삶을

가만히 되새기는 일이다.

 

 날마다 새록 새록 커가는

아이들의 그림자에

자신을 살짝 포개보는 일이다.

 

 부르튼 타인의 손을

죄스럽게

만져주는 일이다.

 

 섭섭하게 헤어진 사람들에게

죄스러운 후회와

미안한 마음을 갖는 일이다.

 

내 마음을 항상 곱씹는 일이고

한 번 더 거울에

얼굴을 비쳐보는 일이다.

 

 가끔은 잘난 체 하며

힘껏

가속 페달을 밟는 일이다.

 

 잘못을 저지를 때는

뉘우치며

힘껏 급브레이크를

밟는 일이다.

 

불행한 처지에 빠져 있을 때라도

진실이 우러나는 마음으로

감사를 드리는 일이다.

 

 

방우달 지음

<지갑을 던지는 나무 >(정일출판사.2000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