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투른 새는 나뭇가지를 흔들고 떠난다
떠날 때를 보면
떠나고 난 후에 보면
떠난 새가 제대로 보인다
서투른 새는
나뭇가지를 요란하게 흔들고 떠난다
떠난 후 가지가 한참 동안 흔들린다
노련한 새는
가지가 눈치 채지 못하게
모르게 흔적도 없이 조용히 떠난다
떠나가도
늘 앉아있는 듯한 착각 속에서
가지에게 포근한 무게를 느끼게 한다
*방우달 시집
<나는 아침마다 다림질된다>(리토피아. 2002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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