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 없는 처세학

예쁜 꽃 우아하게 바라보기(앵콜)

野塔 방우달 시인 2008. 11. 22. 08:50

 

예쁜 꽃 우아하게 바라보기


내 취미의 하나는
"예쁜 꽃 우아하게 바라보기"이다
길을 가다가 예쁜꽃이 있으면
멈춰 서서 이리저리 깊이 보고간다

꽃이 예쁘다고 꺾거나 옮겨 심어서
나의 것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은
애당초부터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나는 본래부터 게으를 뿐만 아니라
꽃을 꽂아둘 화분이나
심을 땅 한 뼘도 없기 때문이다

능력이 없으면 두고 볼 일이다
그냥 놔두고 바라보는 것이
변함없이 가장 아름다울 것이며
그것이 나의 뜻이고
나의 크나큰 즐거움이기도 하다

욕심이 있다면
내가 예쁜 꽃을 우아하게 바라볼 때
그 꽃도 나를
아름답게 봐줬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그런데 예쁜 꽃들은
한결같이 나를 두려워하는 눈치다

나는 아직 멀었다는 것을 안다
내 얼굴이나 눈빛이
내 마음을 담아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니다
지천명이 지났는데도
아직 내 마음이 아름답거나
우아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꽃들이 내 얼굴이나 눈빛을
두려워하지 않을 나이까지
내 마음을 가다듬으며 살리라

방우달 지음

<작은 숲 큰 행복>(도서출판 여름.2005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