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 없는 처세학

많은 얼굴들 잊고 삽니다(앵콜)

野塔 방우달 시인 2008. 12. 29. 00:40

 

많은 얼굴들 잊고 삽니다

 

 

                                                                                        방우달(시인)

 

 

  자기 전에 가끔 내가 만난 얼굴들을 떠올려 봅니다. 날마

다 봐도 보고 싶은 얼굴들 웃으며 손짓하며 한 그룹 지나갑

니다. 마치 올림픽 개막식 때 선수들이 본부석을 향하여 손

을 흔들며 지나가듯이.

 

  이어서 미워하던 얼굴들, 울며 찡그리며 한 그룹 지나갑니

다. 미리 낌새를 차린듯한 소 떼가 도살장으로 끌려가듯이.

 

  보고 싶지도 밉지도 않은 얼굴들, 덤덤한 표정으로 한 그

룹 지나갑니다. 얼굴을 서로 아는 것만도 크게 다행인 듯이.

 

  얼굴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 얼굴들, 잊혀진 사람들이 한

그룹 지나갑니다. 무심코 지나치는 어느 날 종로 바닥 군중

인 듯이.

 

  아아, 구름 떼처럼 많은 얼굴들, 나는 이 밤에 잊고 삽니

다.

  어둠이여!

   

 

방우달 지음

<작은 숲 큰 행복>(도서출판 여름. 2005년)에서

 

 

* 2009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