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 없는 처세학

거미는 신사다(앵콜)

野塔 방우달 시인 2008. 11. 29. 02:15

 

거미는 신사다

 

거미를 욕하지 말라
줄을 걸어 먹이를 잡아도
거미는 신사다

보이게 줄을 쳐놓고
눈이 먼 것들이나
재수없이 걸린 놈들만 먹는다

줄을 피해서 갈길이 있는데도
피하지 않거나
피하지 못하고
걸려든 놈만 잡아먹지
함정을 만들거나
속여서 꾀여서 잡아먹지는 않는다

야비하게 먹이를 구하지는 않는다
미리 예고를 해두고 기다리기 때문에
거미는 성인이다.

방우달지음

 <누워서 인생을 보다>(도서출판 여름. 2005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