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꽃에는 왜 향기가 있는가

꽃에는 왜 향기가 있는가 방우달(시인) 꽃은 완성품이다 완성품이 씨앗을 남긴다 씨앗이 영원의 첫걸음이다 꽃이 신이고 부처님이고 예수님이다 볼 수 있는 사람은 봐서 아름다워라고 볼 수 없는 사람은 냄새를 맡아서 향기로워라고 냄새를 맡을 수 없는 사람은 만져봐서 부드러운 촉감을 느끼라고 만질 수 없는 사람은 바람에 속삭이는 소리를 들으라고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사람은 꽃잎을 씹어 맛을 보라고 어느 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으므로 이 세상이 아름답고 살만 한 것은 꽃이 있기 때문이다 꽃이 신이고 부처님이고 예수님이고 사람이 꽃이다.

미발표 신작 2020.11.15

금계국

금계국 방우달(시인) 철이 지나도 피어야 할 꽃은 핀다. 강대부고 교정을 밤 산책하다가 나는 언제 꽃이 필까 중얼거리니 방금 핀 듯한 금계국이 방긋 웃으며 말한다. "나도 추분 지나 피웠습니다. 7월에는 나도 꽃을 피울 수 있을까? 친구들이 한창 필 때 마음이 조마조마 했습니다. 꽃 피는데 늦고 이른 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나처럼 늦게 피우면 오히려 더 귀한 꽃이 되지요." 늦게 피는 꽃은 있어도 피지 않는 꽃은 없다. 나도 곧 늦둥이 귀여운 꽃을 피울 것이다.

미발표 신작 2020.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