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2 무화과2/방우달(처세시인) * 방우달 시집 중에서 과육 속에 꽃이 피어 향내가 나는지, 잘 익은 과육이 곧 꽃인지, 벌들 떼지어 날아든다 뜨락엔 단내가 진동한다 오랜 슬픔과 절망이 노랗게 익었다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신비의 느낌이 숨쉬는 그대 속에 내 생이 담겨 있다 앙코르 작품 2021.03.17
발길 발길 방우달(처세시인) 인생은 몸짓과 발길이다 움직임과 이동이다 삶과 마음이 이끄는 길이다 발길 닿은 곳이 삶의 족적이다 꽃이 피고 눈물이 흐르고 햇빛 달빛 별빛이 내리고 바람 한 점 머무는, 미발표 신작 2021.01.23
땅 끝의 마음 땅 끝의 마음 방우달(처세시인) 땅 끝의 마음을 발가락이 딛어서 발바닥이 따뜻하고 발바닥이 따뜻해서 가슴이 따뜻하고 가슴이 따뜻해서 머리가 따뜻하고 머리가 따뜻해서 온몸이 따뜻하고 온몸이 따뜻해서 땅 끝의 마음이 따뜻한 꽃으로 핍니다. 미발표 신작 2020.12.20
꽃에는 왜 향기가 있는가 꽃에는 왜 향기가 있는가 방우달(시인) 꽃은 완성품이다 완성품이 씨앗을 남긴다 씨앗이 영원의 첫걸음이다 꽃이 신이고 부처님이고 예수님이다 볼 수 있는 사람은 봐서 아름다워라고 볼 수 없는 사람은 냄새를 맡아서 향기로워라고 냄새를 맡을 수 없는 사람은 만져봐서 부드러운 촉감을 느끼라고 만질 수 없는 사람은 바람에 속삭이는 소리를 들으라고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사람은 꽃잎을 씹어 맛을 보라고 어느 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으므로 이 세상이 아름답고 살만 한 것은 꽃이 있기 때문이다 꽃이 신이고 부처님이고 예수님이고 사람이 꽃이다. 미발표 신작 2020.11.15
무상(無常) 무상(無常) 방우달(시인) 깊게 꿰뚫어 보면 미추(美醜)도 귀천(貴賤)도 없다 넓게 오랫동안 보면 사랑도 미움도 없다 꽃이 그런데 우린들 다르겠는가. 미발표 신작 2020.11.10
늦은 봄날 늦은 봄날 방우달(시인) 방금 핀 꽃을 보며참 아름답구나정말 예쁘다곧 지는 꽃을 보며정말 슬프다참 허무하구나생각과 느낌은가지가지로 피고 진다짧고 화사한 늦은 봄날에꽃이 져야 열매를 맺는다이렇듯 잔인한 생각으로꽃은 오고 또 간다 미발표 신작 2020.11.04
금계국 금계국 방우달(시인) 철이 지나도 피어야 할 꽃은 핀다. 강대부고 교정을 밤 산책하다가 나는 언제 꽃이 필까 중얼거리니 방금 핀 듯한 금계국이 방긋 웃으며 말한다. "나도 추분 지나 피웠습니다. 7월에는 나도 꽃을 피울 수 있을까? 친구들이 한창 필 때 마음이 조마조마 했습니다. 꽃 피는데 늦고 이른 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나처럼 늦게 피우면 오히려 더 귀한 꽃이 되지요." 늦게 피는 꽃은 있어도 피지 않는 꽃은 없다. 나도 곧 늦둥이 귀여운 꽃을 피울 것이다. 미발표 신작 2020.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