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어린이 놀이터/방우달(처세시인)
애막골 산책길 근처에
꽤 오래된 큰 빌라단지가 있다.
분양 당시에는 3층짜리 고급 빌라였다.
그곳에 작으나 깨끗한 어린이 놀이터가 있다.
그러나 아이들이 없다.
옛날에는 꽤 부자가 산 빌라였는데
자식들은 성공해서 외지에 가서 살고
노인들은 아직도 거주하고 있으니
어린이 놀이터는 빌 수밖에 없다.
간혹 젊은이들이 살고 있어도
아이들은 대개 유아시설로 보낸다.
할아버지 한 분이 지팡이를 짚고
놀이터 외곽을 빙빙 걸으신다.
몇 년 동안 놀이터 주변을 청소하시고
나무 등 정리정돈을 하시던 분이다.
몇 달 동안 보이지 않으셨다.
오늘 처음으로 인사드리고 대화를 했다.
82세에 고급공무원 출신이다.
3개월 전에 놀이터 청소하시다가
허리를 삐끗해서 입원 치료받고
며칠 전부터 지팡이 짚고 걸으신다고 하셨다.
놀이터 관리는 자원봉사였다.
그 연세에 화색도 좋으시고 그 흔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전립선비대증 등 드시는 약이 없으시단다.
귀 눈 밝으시고 기억력
좋고 발음도 분명하시다.
가을 햇살 받으며 2시간 고급 대화를 나눴다.
어린이 놀이터는 노인 놀이터가 되고 있다.
초고령화 사회 진입이다.
100세 시대, 4차 산업 시대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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