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탁 콩나물국밥/방우달(처세시인)
오늘은 제4356주년 개천절이다.
나는 소인배다. 대인이 못된다.
애막골 산책하다가 단군조선과 홍익인간은 생각나지 않고
나를 열어주신 부모님 생각이 간절했다.
1914년, 1922년생 부모님께서
1987~1988년 5개월 사이에 다 돌아가셨다.
37~38년 전 일이다.
그때 그분들은 일제강점기, 해방, 6.25,
똥구멍 찢어지던 보릿고개를 다 겪으셨다.
자식들은 7~12명씩 낳고 키우셨다.
말이나 글로 다 담을 수 없다.
부모님 생각도 간절하고 시장도 하고 막걸리도 당긴다.
가끔 들리는 전주한방콩나물국밥집에서 콩나물국밥과
막걸리 한 병을 주문했다.
국밥, 생계란 1개, 깍두기, 배추김치, 오징어와 새우 젓갈이 전부다.
국밥 6,000원 막걸리 4,000원이다.
커피는 공짜다. 만원의 행복을 누린다.
이 집 최고 인기 메뉴는 한방콩나물국밥이다.
가성비 최고다.
또 장점은 홀로 먹고 마시기에 부담이 없다.
메뉴 대부분이 홀로 먹어도 된다.
24시간 운영에다가 3끼 식사 시간 외에는
자리에 좀 여유가 있어 좋다.
부모님 생각에 홀짝 홀짝 막걸리 마시며
시대의 불효자는 홀로 속으로 뜨겁게 운다.
뜨거운 콩나물국밥에 날계란 탁 깨서 풀고
한 숟가락 한 숟가락 들며 보릿고개를 생각한다.
회한에 젖어도 해결책은 없다.
잊을 수 없는 것을 잊는 것 밖에는!
1994년 첫시집 《보리꽃》은 그렇게 쓴 시들이다.
요즘 자식들은 조부모 부모를 모른다.
알아달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
우리 세대에서 끝냈으면 좋겠다.
진실로 진실로 대물림하고 싶지 않다.
우리 세대 문학예술인은 술을 마셔도
안주값보다 술값이 늘 훨씬 많았다.
그래도 희망이 있었고 행복했다.
요즘 세대는 물질적으로 풍족해도 불행하다.
정신적 빈곤이 물질적 빈곤보다 더 독하다.
'희희낙락喜喜樂樂 2'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치매, 어떻게 할 것인가? (5) | 2024.10.04 |
---|---|
빈 어린이 놀이터 (4) | 2024.10.04 |
국화 꽃말의 의미를 새기며 (8) | 2024.10.02 |
꼼지락 꼼지락 (6) | 2024.10.01 |
의자만 보면 생각나는 시인 (4) | 2024.10.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