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만 보면 생각나는 시인/방우달(처세시인)
사람도 좋고 시도 잘 쓰는 시인이 한 분 계시다.
여든은 안됐지만 나보다 위다.
허리가 아파서 지팡이 두 개를 벗삼아
하루에 만보씩 꾸준히 걸으신다.
늙으면 얼굴도 남에게 보이기 싫다고
뒷모습만 SNS에 올리신다.
언젠가 의자만 보면 앉고 싶고
무엇보다 반갑고 고맙다고 하셨다.
서울엔 아무래도 길거리에 의자가 별로 없다.
춘천엔 즐비하다.
산책할 때마다 곳곳에서 의자를 만난다.
나는 자주 앉지는 않는다.
대신에 의자를 볼 때마다 그 시인을 생각한다.
하루에 여러 번 생각한다는 말이다.
생각나고 보고 싶고 만나고 싶고
함께 먹고 마시고 싶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다른 말이다.
사람마다 터전이 다르다.
나는 서울에서 춘천으로 왔고
그 시인은 서울을 떠나지 못한다.
한가로이 야탑수행길을 산책하면서
맑은 가을하늘 아래 오후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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