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컵/방우달(처세시인)
짜라테스는 이렇게 들었다.
"깨진 컵은 미련없이 과감히 버려라."
옛날에는 깨진 간장독을
철사테를 두르고 재사용했다.
그건 옛날이다.
그때는 순수했고 정이 있었고
모든 것이 귀했다.
서로 은혜를 갚으려고 하던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아니다. 영악스러워졌다.
농경시대가 아니고 로봇이 사람인
첨단 4차 산업시대다.
잔인한 말이지만
지금은 깨진 컵은 즉시 버려야 한다.
찔린다. 돌아보지도 마라.
슬픈 현실이지만 어쩔 수 없다.
새로 새 컵을 사서 멋지게 써라.
수명이 길어서 남은 세월이 길다.
인간관계도 그렇다.
있을 때 서로 최선을 다하라.
그래도 깨어지면 미련없이 헤어져라.
이해 용서 화해에 얽매이지 마라.
그러기에 인생은 짧다.
깨어진 컵은 영원히 깨어진 컵이다.
인연이 닿지 않은
좋은 컵이 세상엔 수두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