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탑이 말했다

꼬리 자르기

野塔 방우달 시인 2024. 7. 17. 00:16
꼬리 자르기/방우달(처세시인)
 
짜라테스는 이렇게 들었다.
"도마뱀은 꼬리를 자르고 몸 본체를 살린다."
 
도마뱀은 위기를 맞으면 꼬리를 자른다.
살기 위한 본능이다.
본능은 생각 없이 즉시 행해지는 짓이다.
 
도마뱀의 꼬리는 잘려도 곧 자란다.
생명 보존에는 지장이 없다.
조물주가 도마뱀에게 자비를 베픈 것이다.
 
도마뱀은 뱀은 뱀인데
부처님 하느님보다 착하고
거기다가 약하고 느리다.
그래서 위기를 당하더라도 살아내라고
꼬리 자르는 천혜의 본능을 선물줬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하등 동물인
도마뱀의 꼬리 자르기를 배웠다.
자신에게는 손도 대지 않고 약하고 힘없고
어리석은 아랫 사람에게 대신 죽으란다.
자신의 책임은 없고 네가 희생하란다.
 
사회의 본체는
꼬리 하나 없어도 생존에는 지장없다.
그러나 잘린 그 꼬리는 하나의 생명이다.
잘리면 그냥 죽는다.
 
자기는 더 잘 살려고 책임 전가하며
인간의 탈을 쓰고
하등 동물의 생존법을 써먹다니
내로남불 천벌을 받을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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