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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목소리로 듣는 양희은이 부른 한계령에서

野塔 방우달 시인 2011. 7. 12. 03:34

 

2010/11/27 10:44

시인의 목소리로 듣는 양희은이 부른 한계령에서

지난 주말 상주 블로그 팸투어는 참 즐겁고 유익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곶감명가의 명품 곶감도 좋았고, 도림원의 명품 장맛도 좋았습니다. 그러나 가장 좋았던 것은 전국에서 모인 블로거들과이 만남이었습니다.

마당에 피워놓은 모닥불을 주변에 둘러앉아 늦은밤까지 자신을 소개하고 블로그를 시작한 계기를 들려주는 시간이 참 소중하였습니다.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블로그를 시작하신분, 악플러에서 파워블로그가 되신 분, 한분 한분 사연이 모두 참 파란만장하더군요.

그중에 참 특별한 분을 만나게 되었는데 바로 '한사의 문화마을' 블로그를 운영하시는 정덕수 선생님입니다. 이 분의 블로그를 자주 가보지는 못하였지만, 제가 좋아하는 노래 '한계령'의 작사자라는 것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날밤, 블로거들이 돌아가며 자기 소개를 하는 시간에 팸투어를 주최한 백인닷컴 김주완 대표께서 한사 선생님에게 '한계령에서'를 직접 낭송해서 들려줄 것을 청하였습니다. 그러자 한사 선생님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이 쓴 시 '한계령에서'를 낭송해주셨습니다.

양희은의 맑고 고운 목소리로 듣는 노래도 좋았지만, 묵직한 목소리로 시인에게서 직접 듣는 원작시에는 훨씬 많은, 그리고 절절한 사연이 담겨 있더군요.


한계령에서 1

온종일 서북주릉(西北紬綾)을 헤매며 걸어왔다.
안개구름에 길을 잃고               
안개구름에 흠씬 젖어
오늘, 하루가 아니라
내 일생 고스란히
천지창조 전의 혼돈
혼돈 중에 헤메일지.
삼만육천오백날을 딛고
완숙한 늙음을 맞이하였을 때
절망과 체념 사이에 희망이 존재한다면
담배 연기빛 푸른 별은 돋을까

저 산은,
추억이 아파 우는 내게
울지 마라
울지 마라 하고
발 아래
상처 아린 옛 이야기로
눈물 젖은 계곡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구름인 양 떠도는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홀로 늙으시는 아버지
지친 한숨 빗물 되어
빈 가슴을 쓸어 내리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온종일 헤메던 중에 가시덤불에 찢겼나 보다
팔목과 다리에서는 피가 흘러
빗물 젖은 옷자락에
피나무 잎새 번진 불길처럼
깊이를 알 수 없는 애증(愛憎)의 꽃으로 핀다
찬 빗속
꽁초처럼 비틀어진 풀포기 사이 하얀 구절초
열 한 살 작은 아이가
무서움에 도망치듯 총총이 걸어가던
굽이 많은 길
아스라한 추억 부수며
관광버스가 지나친다.

저 산은
젖은 담배 태우는 내게
내려가라
이제는 내려가라 하고
서북주릉 휘몰아온 바람
함성 되어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 1981년 10월 3일 한계령에서 고향 오색을 보며



 

설악산 다녀와 다방에서 낭송하던 시를 듣고 노래로...

한사 선생님 연작시 '한계령에서' 중에서 첫 번째 시가 양희은이 부른 '한계령'의 가사가 되었더군요. 시낭송에 취해 그 자리에서 여쭈보지는 못하고 나중에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양희은의 노래 '한계령'의 가사된 사연이 있더군요.

"83년도인가 84년도인가 늦은 가을 낙엽이 떨어질 무렵에 설악산을 다녀와서 그대로 산장다방에서 시낭송을 하였는데, 그 때 노래를 만들면 좋은 가사가 있다며 보여주기를 청하였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만들어진 노래가 바로 양희은이 부른 '한계령'입니다. 한사 선생님 원작시에서 일부 구절을 가져다 애절하고 아름다운 노래를 만든것이지요.  

저 산은 내게, 오지 말라 오지 말라 하고
발 아래 젖은 계곡 첩첩 산중
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 버리라  하고
내 가슴을 쓸어 내리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 가라 내려 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 가라 내려 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한사 선생님의 '한계령에서' 육성 시 낭송 동영상은 상주팸투어에서 가져온 가장 큰 선물입니다.
제 블로그를 방문하시는 여러분과 함께 나눔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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