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마다 각종 인사비리가 판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제식구 챙기기는 물론 근무성적 조작, 편법 승진 등 인사전횡이 만연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이 전국 65개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인사 분야 감사 결과 49개 기관에서 문제가 드러났다. 무려 조사 대상의 75%에서 비리가 적발됐다고 하니 충격적이다. 소문이 사실로 드러난 것만 해도 이 정도인데 나머지 지자체에 대해 모두 조사할 경우 얼마나 더 적발될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공정성을 결여한 인사비리는 근무성적평정(근평)을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 전 서울 용산구청장은 4급 승진인사에서 인사팀장에게 임의로 특정인에게 만점을 부여하고 경쟁자의 점수를 낮추는 수법으로 근평을 조작했다. 전 서울 중구청장도 측근 5명을 승진시키기 위해 근평을 조작한 것이 드러났다. 전 대전 유성구청장은 민원서류 도난 등으로 행정안전부로부터 징계요구를 받은 직원을 서기관으로 승진시키기도 했다.
단체장 측근과 자녀를 채용하는데도 ‘맞춤형’ 기준을 자의적으로 만들었다. 충북 단양군 산하 단양관광관리공단은 신규직원 공채에서 탈락한 2명을 위해 채용자격 기준을 바꿔 특채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원도 철원군수는 딸을 보건진료원에 채용하려고 응시기준을 부당하게 바꾸도록 하고, 자신이 직접 면접위원을 위촉해 합격시켰다. 37개 지자체에서 채용 담당자 등이 자신의 친인척을 비공개로 채용하는 등 무기계약직이나 비정규직을 특채의 방편으로 악용했다.
이처럼 인사비리가 끊이질 않는 것은 선출직으로 당선된 지방자치단체장의 막강한 권한 때문이다. 이를 감시, 견제할 장치가 거의 없다보니 단체장이 전가의 보도처럼 인사권을 휘두르는 것이다.
민선자치 5기 출범 이후 대전시와 충남도에 선거공신들이 곳곳에 포진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대전시와 산하기관에는 정무부시장을 비롯 20여명이 자리를 꿰찼다. 충남도에도 지사 측근 20여명이 도청과 산하기관에 입성해 있기는 마찬가지다. 선거캠프에서 활약했던 나머지 인사들도 입성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지자체의 공정한 인사는 지방발전의 요체다. 능력과 적극성을 갖춘 우수한 전문 공무원이 지역발전을 이끌고 지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단체장의 인사 전횡과 비리는 묵묵히 일하는 대다수 공무원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대국민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게 만든다.
곪을 대로 곪은 자치단체의 인사비리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지속적으로 강도 높은 감찰과 감시활동으로 벌여 비리행위를 차단·적발해야 한다. 인사비리를 막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강화하는 한편 불법·탈법으로 채용되거나 승진된 공무원에 대해서는 제재를 가하고 축출해야 한다.
민선자치 이후 내 사람 심기와 보복성 인사도 횡행하고 있다. 집행부를 감시·견제할 지방의회는 정신차려야 한다. 특혜나 비리를 저지른 단체장에게도 반드시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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