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지,자지,따먹지
방우달(시인)
우리 나라가 처음으로 겪은 IMF는
기업이나 국민에게 많은 것을 새롭게 가르쳐 주었다.
기업에게는 내실있는 경영을 해야 하고
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연구 개발에 투자해야 하며
사원들에게는 상상력을 키워 신제품 개발과
강도 높은 노동에 몰두해야 한다는 것을,
국민에게는 근검절약과
가족의 중요성 등을 일깨워 준 계기가 되었다.
IMF 전에 직장의 일부 간부들은 '3지'에 몰두한 것이 사실이다.
아침에 출근하면 신문 '보지', 점심을 먹은 후에는 낮잠 '자지' ,
퇴근 시간이 가까워 올 때는 농담 '따먹지' ,
그렇게 하루를 대충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도 꼬박 봉급이 나왔다.
어떤 간부는 또 바둑 '두지', 음담패설 및 성희롱 '하지' 등
'5지' 까지 하기도 한다.
평소에 일을 열심히 하고 짬을 내서 하면 꼴보기 싫지는 않을 텐데,
본말이 전도되니까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IMF 후에는 모든 직장이 엄청나게 달라 졌다.
명예퇴직, 대책 없는 퇴출이 줄을 잇게 되어
'오륙도' '사오정' '삼팔선' '이태백' 등 시대상을 반영한 신조어가 유행했다.
그러나 아직도 '신의 직장'에 다니는 '신의 자식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경우가 가끔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즉 '5지'는 물론 금품수수, 인사비리, 권력남용 등에 이르기 까지
부조리가 다양하다.
'신의 직장'이란 최근에 생긴 말로 중앙정부나 지방 자치단체,
공사, 공단 등 공공기관을 말한다.
거기에서 근무하는 '신의 자식들'은 지난 시대에는 박봉에다가
많은 업무량 때문에 일반 사람들로부터 소외을 당하기도 했으며,
인기가 없어 결혼 상대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은 적도 있었다.
지난 시대에 우리 나라 발전의 주역이기도 했고
참으로 고생 많이 한 것도 사실이다.
요즈은 이들의 인기는 '쥐구멍에도 볕 들 날 있다'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절정이어서 천만 다행이다. 그러나
'신의 자식들'은 공공적인 성격이 강하여 일반 직장인보다는
더 높은 도덕성, 청렴성, 애국심, 충성심을 요구 받는다.
더 잘 해야 한다.
또한 국민도 '신의 직장'이 최근에 와서 상대적으로 인기가 있고
그곳에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하더라도 무턱대고
'신의 자식들'에게 비아냥거리는 말은 삼가해야 할 것이다.
위화감만 조성되어
서로 간에 상처만 주고 받을 뿐 국익에 결코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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