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석놀이 자석놀이 방우달(시인) 세 살 짜리 외손자가 벽에 붙여놓은 자석칠판 앞에 앉아 한글 영어 숫자 동물 과일들을 순서에 맞게 제 위치에 찾아 붙이는 자석놀이를 한다 그 복잡하고 많은 것을 거의 다 붙이고 마지막 몇 개 남았을 때는 붙일 곳 찾기가 어려운지 골똘히 깊은 생각에 잠기드니 .. 미발표 신작 2015.02.13
참, 맛있다 참, 맛있다 방우달(시인) 손자는 생선구이를 좋아하는데 외할머니가 보리굴비를 쪄서 먹기 좋게 갈기갈기 찢어 밥숫가락에 올려 먹이니 생전 처음 먹어보는 고 어린 것이 "참, 맛있다!"라며 쪽쪽 씹으면서 귀엽게 말한다 최근에 말문을 조금 튼 세살배기 손자를 골려 주려고 외할머니가 .. 미발표 신작 2015.02.02
터널 터널 방우달(시인) 은퇴생활의 새로운 터전 내 아파트는 유럽형이라 길다랗게 늘어진 남향집인데 복도는 낮이라도 불을 켜지 않으면 어둡다 최근에 말문을 조금 튼 세살배기 손자가 어느 날 한 달만에 외갓집에 와서는 "아, 터널이다!" 라고 뛰어가며 외친다 외손자의 그 한 마디에 그 아.. 미발표 신작 2015.01.31
꿈 꿈 방우달(시인) 밤에라도 꿈울 꾸면 다행이다, 악몽이라도 꿈은 살아 있다는 명백한 증거인데 은퇴생활은 꿈이 생명인데 꿈이 없는 삶이다 꿈꾸며 살아 있고 싶다 악몽이라도 죽는 그 날까지 미발표 신작 2015.01.30
정월 정월 방우달(시인) 정월이다 한 살 더 얹어 손자는 네 살이다 몇 살이니? 물음에 답하는 법을 바꾸어야 한다 둘 감추기는 쉬웠는데 펴진 다섯 손가락 중 하나 감추기가 힘들다 엄마와 한참 연습하더니 드디어 모양새를 갖췄다 감격의 순간이다 손자는 폴짝폴짝 뛰며 손벽을 친다 활짝 펴.. 미발표 신작 2015.01.23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방우달(시인) 헛말일랑 차라리 말씀을 마시지 좋아한다, 존경한다, 사랑한다, 멘토다, 롤모델이다 직장에서 들은 말씀 헛말인 줄 알았지만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헤어지니 대다수 전화 한 통 없는데 내가 미생未生인가 그대가 미생未生인가 미생未生에서 미생美生 .. 미발표 신작 2015.01.06
청춘에 살 수 있다면 양철 지붕도 좋으련만 청춘에 살 수 있다면 양철 지붕도 좋으련만 방우달(시인) 청춘의 계절 양철 지붕 아래에서는 뙤약볕 무섭고 빗소리 유난히 시끄러웠네 적막의 계절 고층 아파트에서는 더운지 추운지 비가 오는지 눈이 오는지 아무 것도 알 수 없네 올라갈수록 하늘은 가까워지고 땅에서 멀어지니 뙤약볕.. 미발표 신작 2015.01.05
폭설 폭설 방우달(시인) 북한강 얼음 날로 두꺼워지고 자라섬엔 폭설이 내렸네 춘천역에서 상봉역까지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지지 않고 쏜살같이 달리는 경춘선 철로 양쪽 아름다운 세상 그 아래 숨을 죽이고 흐르는 북한강 오랜 아픔과 서러움은 생생 흐르고 폭설이 온 천지 다 덮어 그린 새.. 미발표 신작 2015.01.04
대나무처럼 갈대처럼 대나무처럼 갈대처럼 방우달(시인) 대나무처럼 곧게 살거나 갈대처럼 흔들리며 살거나 한 세상 살다 간다 좀 더 살다 가나 좀 더 일찍 가나 한 세상 살다 가는 것이다 나의 가치대로 선택하여 한 세상 살다 가면 최고의 삶을 살다 가는 것이다 대나무를 갈대에 갈대를 대나무에 서로 다른 .. 미발표 신작 2015.01.03
겨울 삼악산 겨울 삼악산 방우달(시인) 하얀 소복으로 단장한 삼악산 등선봉 청운봉 용화봉 차례대로 세 봉우리 흰 살결 따뜻한 호흡으로 문지르며 만나다 선녀가 하늘 오른 등선봉에서 숨겨 놓은 하얀 날개 찾아내어 생시인 듯 양 어깨 달고 구멍 난 하늘 한 바퀴 돌다 오랜 세월이 흘러도 푸른 구름 .. 미발표 신작 2015.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