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석놀이
방우달(시인)
세 살 짜리 외손자가
벽에 붙여놓은 자석칠판 앞에 앉아
한글 영어 숫자 동물 과일들을
순서에 맞게 제 위치에 찾아 붙이는
자석놀이를 한다
그 복잡하고 많은 것을 거의 다 붙이고
마지막 몇 개 남았을 때는 붙일 곳 찾기가 어려운지
골똘히 깊은 생각에 잠기드니
엉덩이로 엉금엉금 뒤로 서너 발자욱
물러난 만큼 멀리서 자석칠판을 응시한다
그렇게 하면 붙일 곳을 쉽게 찾아지는 듯
활짝 웃으며 다가가서 제자리에 딱 붙인다
몇 번을 그렇게 반복하더니
"완성!" 하고 성취감에 젖어 소리친다
"그래, 인생도 가끔은
그렇게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려므나!"
할아버지 입가엔 자석처럼 웃음이 딱 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