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세시인 방우달의 행복한 삶의 지혜와 향기]
춘천 은퇴생활 일기 2023.02.03.금요일
너희가 뭘 알아. 무릎이 안 좋아서 그렇게 걷는 거야. 마음으론 벌써 100미터 뜀박질했어. 너희들한테는 당연한 거겠지만. 잘 보고, 잘 걷고, 잘 숨 쉬는 거, 우리한텐 그게 당연한 게 아니야. 되게 감사한 거야. 너희가 그걸 알아? ㅡ <생에 감사해>(김혜자 지음. 수오서재 펴냄) 중에서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눈을 뜬게 감사하다고 생각한 것은 언제였던가. 아마도 나이가 많이 들어서였을 것이다. 보통 때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이 마치 기적같은 생각이 들었을 때였을 것이다. 무릎 관절이 나빠져 변기에서 일어서는 게 어려웠을 때, 목에 가래가 많이 끼고 코가 자주 막혀 숨 쉬기가 힘들었을 때, 입안에서 밥알이 툭툭 튀어나왔을 때, 며문 것을 씹을 때 이가 아프고, 찬물을 마실 때 이가 시리고... 수없이 많은 현상들이 달라졌다.
당연한 일이 힘들었을 때, 당연한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고 감사한 마음이 들 때 몸만 낡고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마음도 힘이 없어지고 용기가 줄어들고 도전은 엄두도 내지 못할 때 슬퍼지고 무상해진다. 부질없는 인생 뭐 어쩌고 저쩌고 하는 생각이 자주 든다.
늙어가면 몸도 마음도 아기로 돌아간다. 뭐든지 혼자서는 하기 힘들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시기다. 앞으로 더 나빠지지 않았으면, 나빠지더라도 좀 천천히 나빠졌으면 하는 생각이 들면 사람이 되어간다. 감사함도 모르고 천년만년 살 것 같이 용감하게 살던 젊음이 그립고 부럽다. 한 편 죄송하기도 하다. 그때는 왜 부모님이 그런 줄 몰랐을까? 사람은 살아봐야 안다. 아파봐야 안다. 늙어봐야 안다. 철없는 젊은이들 보고 어르신들이 '너희들은 늙어봤어? 우리들은 젊어봤어!'라고 말하는 심정을 이제사 알겠다. 함께 돕고 살아야 한다는 것은 진리다.
아내가 입원하는 마지막 절차가 환자와 보호자가 코로나 검사를 받는 일이다. 11:00 아내와 강대 병원 2층 호흡기과에 가서 함께 검사하고 17:02 음성으로 판정 통보 받았다. 코로나 검사 후에 수술과 입원하는 아내의 에너지 공급과 면역력 강화를 위해 춘천에서 고급 맛집인 A한우집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아내가 좋아하는 채끝 2인분, 물냉면 한 그릇, 내가 좋아하는 소주 한 병을 주문해서 맛있게 먹었다. 채끝 1인 분에 43,000원이다. 총 99,000원이지만 입맛이 없다고 한 아내가 정말 맛있게 먹어줘서 정말 고마웠고 목이 울컥했다. 행사 있을 때 1년에 한두 번 오는 비싼 집이다. 건강하고 젊었을 때는 아무 일도 아니었던 일이 기적이고 감사하다. 오늘은 모두 걸어 다녔다. 6,500보 걷고 별도 걷기는 하지 않았다.
23:00 설날 연휴에 다녀간 큰딸 가족이 밤에 갑자기 왔다. 입원비 등 모든 준비가 다 되었고 내가 간병한다고 오지 말라고 했는데 딸이 마음에 걸린다고 며칠 간병하고 가겠단다. 그 말에 더 거절할 수 없었다. 월요일 아침 일찍 코로나 검사 받겠다고 한다. 여러 음식들을 많이 챙겨왔다. 딸 없는 이들은 서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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