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발표 신작

조류독감

野塔 방우달 시인 2016. 12. 31. 22:13


조류독감



방우달(시인)



철새들은 알고 있을까, 그들이 저지른 죄를.

생각없이 날아와서 생존을 위한 삶을 살았을 뿐이라고

철따라 오고감이 어쩔 수 없는 운명이라고

날아가버리면 모든 죄는 묻혀버린다고

말할까, 그렇게 생각없이 말할까.

세상엔 죄인 줄 알고 저지르는 죄도 많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저지르는 죄도 있다.

날지 못하는 것이 무슨 죄일까.

조상의 유전자를 발전시키지 못한 불효의 죄일까.

게으른 죄일까, 쉽게 먹이를 구한 죄일까.

정유년은 닭들의 해인데 그들의 해가 바로 눈 앞인데

병신년에 살처분된 수 천만 마리

한반도 닭들의 원통한 넋을 철새들은 알고 있을까.

땅속에 묻힌 살아있는 넋들을 그들은 위로할 수 있을까.

손주가 앓는 섭씨 39도의 독감을 지켜보면서

쓰러져가는 닭 한 마리의 눈망울을 그냥 보낼 수 없는데

어쩔 수 없는 죄, 운명이라고 말해도 죄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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